[한마당-이흥우] 4할 도전

입력 2014-06-07 06:12 수정 2014-06-07 06:30
성공률 30%는 높은 확률이 아니다. 홀짝 놀이 확률보다 낮다. 그런데 그 정도면 최고 수준이 되는 스포츠가 있다. 야구다. 3할 타자면 일류선수 축에 든다. 하물며 4할 타자라면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다.

130년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율은 모두 28차례 작성됐다. 대부분 메이저리그가 뿌리내리기 전인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작성된 기록들이다. 반면 80여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선 4할 타자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4할은 ‘꿈의 타율’로 불린다.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타율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전신인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에서 중견수로 뛰었던 휴 더피(Hugh Duffy)가 1894년 작성한 0.440이다. 그는 125경기에 출전해 539타수 237안타를 쳐 120년 동안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1941년 0.406을 기록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선 더 이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 0.39955를 기록 중이었다. 반올림하면 4할이다. 때문에 감독은 출전을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반올림 4할 타자는 되기 싫다”며 경기에 출전해 8타수 6안타를 때려 0.406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도 참전한 그는 진정한 스포츠맨으로 지금도 미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4할 타자는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 청룡 감독 겸 선수로 뛴 백인천이다. 그가 기록한 0.412는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율이다. 하지만 당시 경기 수는 80게임에 불과했고, 백인천이 72경기에 출전해 작성한 기록이어서 팀당 128경기를 치르는 현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 기준을 적용하면 이종범, 김태균도 진작 4할 타자 반열에 올랐다. 이종범은 1994년 104경기, 김태균은 2012년 89경기까지 타율이 4할을 넘었다.

SK 와이번스의 4번 타자 이재원은 일정의 40%를 소화한 올 시즌 유일하게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가 부담감만 갖지 않는다면 전인미답의 대기록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