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무좀의 전염패턴

입력 2014-06-09 04:26

일반적으로 무좀은 발에만 발병하는 피부병쯤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습기와 피부 각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무좀은 전염성이 강하다. 따라서 초기엔 발에 머물지만 곧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와 두피 등 상반신까지 퍼지기 쉽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전염 패턴을 보인다.

최근 필자가 진료 중인 무좀 환자 김모(45)씨는 이런 전염 패턴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무좀을 앓은 지 약 5년이 됐는데 현재 발뿐만 아니라 사타구니와 두피에도 무좀이 번진 상태이다.

무좀이 사타구니와 두피까지 번지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다. 전염성이 높은 무좀균이 묻은 손으로 해당 부위를 습관적으로 긁은 탓이다. 손은 무좀균의 2차 전염에 있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심한 가려움으로 인해 손으로 무좀균이 번성하는 발을 긁다 보면 어느새 그 무좀균이 손가락에 옮게 되고, 그 손이 닿는 곳으로 서식처를 갈아타게 되는 것이다.

무좀은 비단 환자 자신의 신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사용한 수건을 공유하거나 거실 바닥에 무좀균을 떨어트려 주위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3차 전염이라고 하는데 김씨 역시 발 무좀 관리에 소홀했던 탓으로 8살배기 딸에게 무좀균을 옮긴 상태다.

이런 무좀균의 3차 전염은 사실 공공장소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목욕탕, 수영장과 같이 습기가 많고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은 보균자로부터 떨어져 나온 각질을 통해 무좀균이 비(非)보균자에 쉽게 전파되는 장소다.

더욱 큰일은 무좀 환자들이 치료를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최근 무좀 환자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91%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다. 이중 67%는 치료 일주일 만에 중단했고, 무좀균을 박멸할 때까지 치료를 받은 경우는 약 9%에 불과했다.

무좀 환자들이 이렇게 치료를 중단하는 이유는 무좀 치료의 번거로움 때문이다. 증상이 조금만 호전돼도 피부가 끈적거리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기 일쑤이다.

무좀 퇴치를 위해선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끈기를 갖고 치료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부위 또는 타인에게로의 2차, 3차 확산을 막으려면 취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무좀약을 골라 끈기 있게 사용하면서 항상 발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또 가려워서 발을 긁은 손은 반드시 깨끗이 씻고 물기를 말리는 등 늘 손을 청결하게 유지,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