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깨진 이 찬 우유에 넣어 치과로 뛰면 돼요

입력 2014-06-09 04:26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가 부주의로 고꾸라지며 넘어져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한 어린이의 치아를 복원해주는 치료를 하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이랬던 치아가
감쪽같이 이렇게…
골든타임은 응급상황에서 중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시간을 뜻한다. 중증 외상 환자는 1시간, 심근경색에 의한 심정지 환자는 5분, 뇌졸중 환자 역시 늦어도 발병 3시간 이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아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이가 부러지거나 깨지는 치아 외상 치료에도 이와 비슷한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깨지는 사고는 생명을 위협하진 않아도 소중한 치아를 잃어버리는 위기의 순간이다. 그러나 이때 포기하지 말고 부러진 치아 절편(조각)을 차가운 우유 속에 담아 1시간 내 치과로 가져가면 거의 완벽한 복원이 가능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제정한 치아의 날(9일)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치아 외상 대처법을 알아봤다.

◇남자 아이 치아부상 위험 커=여름철은 여행이나 물놀이, 운동 등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시기다. 그만큼 치아 부상 위험도 늘어난다. 성인이 사고로 턱과 치아를 다치는 비율은 전체 외상 환자 중 10% 정도다. 어린이는 이보다 높아서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1.5∼2배 정도 많고 주로 위턱 앞니를 다친다. 대개 부주의로 엎어져서 발생한다. 교통사고 같은 안전사고에 의한 경우가 많은 성인들과 다른 점이다.

사고로 치아에 외상을 입으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부러질 수 있고, 심지어 뿌리째 뽑히는 경우도 생긴다. 자연치아는 물론 값비싼 임플란트도 마찬가지다.

외상에 의해 치아가 완전히 빠졌을 때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빠진 후 1시간 안에 다시 심고 주변 치아에 단단히 고정시키면 거의 사고 전과 같은 상태로 복구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치아 손상 사고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얘기다.

치근(치아 뿌리)에는 치아를 살리는데 중요한 조직들이 있다. 따라서 사고 시 흙 같은 이물질이 묻었다고 해서 수돗물이나 비누로 씻으면 안 된다. 빠진 치아를 손으로 집을 때도 치아 뿌리 쪽이 아닌, 음식물을 씹는 머리 부분을 살짝 집어야 한다. 사고로 빠진 치아나 깨진 조각은 차가운 우유에 담은 채 즉시 치과로 갖고 가는 게 좋다. 치아 조각을 찬 우유에 담는 이유는 치아 뿌리에 있는 골세포를 살리는 영양분이 우유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치과 치료 후에는 감염 가능성을 막기 위해 다시 내과나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를 방문, 파상풍 예방백신을 접종하도록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는 “치아가 완전히 빠져버렸을 때는 얼마나 빨리 그 치아를 원위치에 다시 심었는지 여부가 치아를 되살리는데 관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뿌리 손상, 한 달 뒤 증상 나타나기도=치아가 부러졌을 때도 치아 조각을 찾아 치과에 가져가면 되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한 시간 이내 부러진 치아 조각을 다시 붙여주면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치아가 흔들릴 때는 주위 조직도 손상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흔들리는 치아는 주위 치아에 묶어 사고로 손상된 주위조직이 회복될 때까지 어떤 힘을 받거나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치아가 원래의 위치에서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밀려서 기운 상태일 때도 치아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은 다음 다시 고정해줘야 한다. 이렇게 치아 일부가 깨지거나 완전히 빠져버리는 외상은 금방 눈에 띄고 사고 당일 바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큰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유리병이 깨졌을 때 두 동강난 듯 보여도 조각마다 잔금이 가는 것처럼 치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실금이 남아있는 경우다. 특히 치아 뿌리가 뼈 속에서 부러져 실금이 가는 ‘수평치근파절’의 경우 부상 직후엔 X선 사진 상에서 잘 보이지 않다가도 한 달 정도 지난 후에야 뒤늦게 발견되는 일이 흔하다.

김영재 교수는 “입과 턱 주변을 어딘가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면 당장은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치과를 방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결과 별 이상이 없다고 해도 한 달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사고 후 한 달 뒤 통증이 느껴지거나 치아가 흔들리면 즉시 치과를 다시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