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발작·경련… ‘간질’ 유전병 아니다

입력 2014-06-09 04:26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시저, 알렉산더, 나폴레옹, 바이런, 도스토예프스키, 모파상, 단테, 고흐, 잔다르크, 노벨….

이들에겐 철학자, 수학자, 대왕, 시인, 소설가, 화가, 혁명가, 발명가 등으로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공을 세운 위인이란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거 ‘간질’로 불리던 뇌전증((雷電症) 환자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업적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뇌전증은 잘 조절만 한다면 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병이다.

이런 뇌전증을 좀더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신경과학자들이 최신 연구결과를 교류하는 국제학술대회가 12∼14일, 3일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다. 뇌전증이 왜 생기며, 경련 발작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학회 관계자로부터 미리 알아본다.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불과 5% 미만=뇌전증은 한마디로 신경세포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이상 흥분, 인위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경련 발작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을 유전병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뇌전증 환자의 자녀가 뇌전증을 앓을 확률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이향운 교수는 “지질 및 아미노산 대사질환, 결절성 경화증, 신경섬유종 등과 같은 유전질환과 간질증후군의 일부를 제외하곤 뇌전증이 대를 이어 나타나는 경우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니지만 뇌전증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수면부족, 과로, 고열, 과음, 스트레스, 생리, 임신이나 출산 등이다. 따라서 뇌전증 환자들은 가능한 한 이들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

◇발작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뇌전증에 의한 경련 발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신체 일부에만 나타나는 부분발작과 온몸에 나타나는 전신발작이 있다.

부분발작은 단순형과 복합형으로 나뉜다. 단순 부분발작이란 감각이상과 함께 한쪽 팔다리만 부들부들 떨리는 편측 간대성(間代性)경련, 구토나 안면 창백, 발한 등의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다. 반면 복합 부분발작은 의식장애와 함께 입맛을 쩝쩝 다시거나 옷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특정 행동을 자동적으로 보이는 증상(자동증)을 말한다.

어떤 경우든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면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주위 사람이 일단 기도(숨길)를 유지시키고 몸을 조이는 넥타이나 벨트 등을 풀어줘 숨을 잘 쉬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샤워 도중 발작이 나타나면 골절 부상이나 외상을 입을 수도 있으므로 욕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깔개를 놓아주고 날카로운 물건도 치워두는 것이 좋다.

운동 중 발작이 나타나면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발작 시 익사 위험이 있는 수영이나 골절 부상 위험이 높은 자전거 타기도 삼가야 한다. 평소 발작 예방을 위해 항경련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잊지 말고 제때 잘 챙겨 먹도록 한다.

◇뇌전증의 70%는 약만으로도 조절 가능=뇌전증은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자면 뇌전증과 비슷하지만 뇌전증이 아닌 것들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예컨대 단순 졸도, 정신적 이유로 발생하는 가성 발작, 일과성 뇌허혈 발작, 심장 부정맥 또는 편두통에 의한 실신 등이 그것들이다.

뇌전증이 의심될 때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가장 먼저 실시하는 검사는 뇌파 측정 및 뇌MRI 촬영이다. 뇌파검사는 뇌의 기능적 이상을, 뇌MRI 검사는 뇌의 구조적 이상을 판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치료는 항경련제 처방을 위주로 한 약물요법이 원칙이다. 환자 중 약 70%는 약물 치료만으로 경련발작을 막을 수 있다.

뇌수술은 약을 적절히 복용했는데도 조절이 안 될 때 고려하는 방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