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뒤척… 나도 혹시 ‘하지불안증후군’?

입력 2014-06-09 02:05
“잠을 자려고 누우면 다리 한쪽이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다. 자세를 바꾸면 조금 나아지다가도 불편한 느낌 때문에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들지만 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결국 다음날 아침 찌뿌듯한 상태의 몸으로 출근을 하게 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으로 일을 할 때 항상 피로하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안모(37·여)씨가 의사에게 털어놓은 증상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가 불편한 감각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그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성인 인구의 약 10%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씨와 같은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수면효율은 얼마나 될까.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팀은 2013년 한 해 동안 코슬립수면의원(원장 신홍범)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진단을 받은 18세 이상 환자 211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고 수면효율을 평가한 결과 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의 수면시간은 평균 5.7시간(340.3분)으로, 입면 후 각성시간이 무려 86.8분간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다원검사는 전극과 감지기를 장착하고 밤에 잠을 자는 동안 뇌파 등의 다양한 생체신호들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강승걸 교수는 “잠을 정상적으로 자는 일반인은 수면효율이 약 85∼90%에 이른다”며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경우 다리에서 느껴지는 불편감도 문제지만,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도파민 호르몬 투여 등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수면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왜 나타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의학자들은 도파민 호르몬 대사의 불균형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근육 움직임을 조절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생리활성물질이다. 도파민을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