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스포츠 마케팅의 경연장이다. 경기 내내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전 세계 누적 시청자 수는 약 263억명이었다. 이런 탓에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각국 대표팀과 스타 선수들을 통해 자사 로고를 최대한 노출시킴으로써 매출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아디다스, 축구용품 시장 1위=2010 남아공월드컵 공식 후원사이며 12개국 대표팀을 후원했던 아디다스는 18억6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의 기록적인 순이익을 기록했다.
국제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나이키는 점유율 14.6%로 11.4%의 아디다스를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약 138억 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축구용품 시장에선 아디다스가 1위다. 나이키는 브라질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용품 시장에서도 아디다스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의 우월한 지위를 발판삼아 전체 시장에서 나이키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양강 구도 속에 푸마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에서 사용하는 축구공 등 각종 장비에 대한 규정을 정해 놓고 있다. 1970 멕시코월드컵부터 공식 후원사를 맡아온 아디다스는 공인구 ‘브라주카’를 제공해 왔고 공식 엠블럼과 문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 자격을 가지고 있다. 다만 FIFA는 참가국 후원사의 스폰서까지는 막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각국 대표팀 유니폼과 축구화를 후원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디다스는 남아공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독일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8개국을 후원한다. 나이키는 브라질월드컵 개최국이자 우승 후보인 브라질 잉글랜드 포르투갈 프랑스 한국 등 10개국을 후원하며 처음으로 아디다스를 역전했다. 푸마도 이탈리아 스위스 카메룬 가나 등 8개국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달았다.
◇나이키, 8년간 600억원 한국 지원=국가별 연간 후원 액수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프랑스가 614억원으로 가장 많다. 잉글랜드와 브라질은 나이키로부터 각각 431억원과 358억원을 받는다. 독일과 스페인은 아디다스로부터 연 373억원과 344억원을 챙긴다.
가장 비싼 유니폼을 입는 프랑스는 2011년부터 7년6개월 동안 나이키와 3억2000만 유로(약 4604억원)를 받는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프랑스는 30년 동안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아 왔지만 나이키가 아디다스보다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제시하자 후원사를 바꿨다.
앞서 나이키는 2007년 독일 대표팀에 8년간(2011∼2018년) 5억 유로(약 6939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제시하며 가로채기를 시도한 바 있다. 독일은 고민 끝에 50년간 후원해온 자국 브랜드 아디다스로부터 7년간 2억 유로(2775억원)를 후원받는 대신 1000여개에 달하는 독일 전역의 축구장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하는 것을 지원받기로 했다. 한국의 경우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부터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2012년부터 8년간 600억원에 연장 계약을 했다.
업체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선수별 후원도 하고 있다. 나이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를 비롯해 네이마르 다 시우바(브라질), 마리오 괴체(독일) 등을 후원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다니 알베스(브라질) 등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푸마의 경우 올리비에 지루(프랑스), 마리오 발로텔리(이탈리아) 등을 후원한다.
특히 나이키는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는 아디다스와 달리 스타 마케팅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국가와 선수의 후원 회사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선수들은 대표팀 후원 브랜드 유니폼을 입지만 신발만은 자신을 후원하는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괴체는 이번 대회에서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지만 나이키 축구화를 신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월드컵 또 다른 전쟁, 스포츠 마케팅] 축구용품 14조 시장 들었다 놨다… ‘빅3’ 한판 승부
입력 2014-06-07 06:08 수정 2014-06-0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