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극단 ‘비유’로 이름을 바꾼 예전의 극단 ‘우물가’의 젊은이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가난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성극을 하는 젊은이들이다. 순수한 영혼으로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리는 귀한 젊은이들이다.
비유의 대표작은 ‘유츄프라카치아’라는 작품이다. 매년 대학로 소극장의 무대에 올려지는 유츄프라카치아는 어려서 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늘 함께 있던 어린 동생마저 잃게 되자 정신병에 걸린 미치광이 애니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식물 이름이 유츄프라카치아이다. 이 식물은 결벽증이 강해 누군가 한 번 건드리기만 해도 시들어 죽어버린다고 한다.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 반항적인 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식물학자가 이 식물을 연구했는데 처음 만져준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만져주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없이 반항적이고 접근을 못하게 했던 그 식물은 사실 계속적인 사랑을 목말라했던 고독한 식물이었다는 것이다. 극한 아픔을 당한 사람은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 “내 슬픔을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걸어 잠근다. 사람들은 이들을 일시적으로 어루만져준다. 그러나 상처 받은 사람의 반응에 지쳐 곧 떠나 버린다. 지인이 ‘사랑은 상처 받기로 작정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 말의 깊이를 몰랐었다.
그런데 그 말이 옳은 것 같다. 내 사랑에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그가 나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슬픔에 시야가 좁아져 그 사랑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상처는 지속적인 사랑으로 치유를 받는다. 미치광이 애니는 늙은 간호사를 만나지만 그 간호사를 할퀴고 소리 지르며 거부한다.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는 간호사는 끝까지 애니에게 사랑을 준다. 이 애니가 바로 삼중고로 반항적이었던 헬렌 켈러를 지속적인 사랑으로 가르친 설리번 선생이다.
극단 비유의 젊은이들은 묻는다. “당신은 누구의 유츄프라카치아 입니까? 혹은 누가 당신의 유츄프라카치아 입니까?” 수많은 유츄프라카치아들이 지속적인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지속적인 사랑
입력 2014-06-07 01:47 수정 2014-06-0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