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도 유력 정치인들의 부침이 심했다. 특히 대권 잠룡들이 승리하며 시장·도지사발(發) 대권 레이스가 점화됐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여야 거물 인사들도 이번 선거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여권의 대권 잠룡들=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승리한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단박에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유 당선자는 '박심(朴心)'이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다. 후계자를 아직 구하지 못한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유 당선자를 차기 주자로 '옹립'할 가능성이 있다.
남 당선자는 만년 쇄신파에서 차세대 기대주로 거듭났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저력을 보이며 개혁적인 이미지에 안정감을 더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개혁 성향의 그가 행정 경험까지 갖춘다면 태풍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모두 비영남권 출신이라는 장점이 있다. 새누리당의 '고정표' 영남권에 자기 지역의 지지를 합칠 수만 있다면 강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자도 재선에 성공하며 대권 후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이번 패배로 날개가 한풀 꺾였다.
◇야권의 대권 잠룡들=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당선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인 차기 주자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그의 이름을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 빼놓지 않을 만큼 이미 유력 대권 주자다. 그러나 "서울시장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며 대선 불출마 의사를 여러 번 시사한 게 변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충청 대망론을 앞세우며 대권 도전 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안 지사가 충남도백이라는 점은 호남과 충청의 연합으로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끌었던 'DJP 연합'을 연상시킨다.
모두 비호남 출신인 박·안 당선자의 상황도 새누리당 잠룡들과 비슷하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집단적인 지지와 자기 지역의 성원을 합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인천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각각 떨어진 송영길 후보와 김진표 후보는 정치 인생에 위기를 맞았다.
◇여야 거물들 성적표=새누리당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서청원·김무성 의원은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중앙선대위를 이끌었던 서 의원은 같은 당 후보들의 선전으로 기대치를 채웠다. 김 의원 역시 부산 사수의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완수했다는 평가다.
충청권 출신의 이완구 원내대표는 인천·경기 지역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표 결집에 기여해 이들 지역의 승리에 일조했다. 하지만 충청권 전멸은 조금 부담스러운 결과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와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의 주가가 급부상했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애매한 성적표를 받았다. 세월호 민심을 등에 업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선거 결과가 아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이 전력 지원한 경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안 대표, 문 의원, 박원순·안희정 당선자의 4각 관계도 묘하다. 박 당선자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의 양보로 당선됐고, 안 당선자와 문 의원은 같은 친노(친노무현)다. 이들 4명이 대권을 향해 물밑경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6·4 선택 이후] 유력 정치인들 부침… 시·도지사發 대권 경쟁구도 재편
입력 2014-06-06 10:43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