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6·4지방선거에서 겉으로는 무승부를 이끌어 냈지만 사실상 패배했다. 이길 수 있는 선거, 세월호 심판론의 성난 민심을 등에 업은 선거에서 '51대 49'라는 보수·진보 구도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위해 긴급 수혈된 안철수 공동대표는 선거과정에서 스스로 차별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효과·당내 통합·전략이 없는 3무(無) 선거를 치렀고, 야권 지지자에게 또 한번 실망을 안겨줬다.
◇안철수, 바삐 움직였지만 안 보였다=안 대표는 전국을 부지런히 누비며 유세를 다녔다. 그러나 작은 승리(광주시장)와 큰 패배(경기도·인천시장)를 맞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대표는 기존 야권 지지층에 더해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었다.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보수의 텃밭인 부산에서 확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 경합지에서 '플러스 알파(+α)'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호남 전략공천 문제에서 스텝이 크게 꼬였다. 자신의 신임투표 성격을 띤 광주시장 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고, 인천·경기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광주에서 무소속 후보를 크게 이겼지만 인천시장은 1.8% 포인트, 경기도지사는 0.8% 포인트 차로 졌다.
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5일 트위터에서 "당력을 광주에 집중, 인천·경기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 못한 게 패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에서 인천에서 꼭 와달라고 하는 데 못 간 것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로는 선거판에서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복수의 수도권 의원들은 "기초선거 후보들이 안 대표의 유세를 적극 요청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공천 갈등 문제로 당원들의 감정이 좋지 않은 데다 수도권에서 최근 안 대표의 인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달 말 실시된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4위를 기록했다.
◇당내 갈등으로 스스로 무너졌다=2012년 총·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스스로 자멸한 측면이 적지 않다. 안 대표는 김한길 공동대표 세력과 손잡고 지난 3월 초 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창당 와중에 친노(친노무현) 배제론이 급속히 확산됐고, 합당 방식 등을 둘러싼 지분 논란까지 일면서 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옛 민주당 세력과 안 대표 측 세력이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났다.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의 행보도 당내 갈등을 부추긴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문 고문은 기초무공천 전당원 재투표 주장과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화를 지지해 당 지도부와 엇박자를 낳았다. 손 고문은 광주시장 선거에서 "누가돼도 우리식구"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 지도부와 문·손 고문 모두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보다는 적전 분열에 한몫을 했다는 비판이다.
◇세월호에 매몰… 필승 전략이 없었다=세월호 사건이 없었다면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대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1만여표 차이로 간신히 이긴 강원·충북도지사는 물론 대전·충남도 패할 수 있었고, 서울시장은 낙승할 수 없었다. 세월호 심판론이 아니었다면 자력으로 여당과 대등하게 선거를 치를 역량과 전략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제1야당으로서 수권능력을 지적받는 대목이다.
기초무공천 및 기초연금의 등 떠밀린 듯한 출구전략, 개혁 공천 및 광주 전략공천 후폭풍 등도 전략적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 전략의 부재는 '안철수 새정치 바람'이 꺼지는 결과를 낳았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수도권 20∼30대의 투표를 이끌어낼 사람이 안 대표였다"며 "하지만 기초무공천 철회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이러한 세대 동원능력은 발휘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는 선거결과에 대해 "세월호 책임론이 도시에는 먹혔고, 농촌은 아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야권 숨은 표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높은 지지율에 방심했고, 상대 네거티브 전술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듬직·안정·경륜의 콘셉트를 잡았는데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 실수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6·4 선택 이후] ‘세 가지’ 없어서… 야권 숨은표 꼭꼭 숨었다
입력 2014-06-06 04:39 수정 2014-06-06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