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스코어는 8대 9였다. 정상적이라면 진 게임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최대 격전지인 인천과 경기를 손에 넣으면서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참패 두려움에 떨었다. 막상 투표함을 열어 보니 '선방했다' '실리는 새누리당이 챙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선전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들었다.
①'박근혜 마케팅' 먹혔다="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드릴 때가 됐다." "박 대통령을 투표로 지켜 달라."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해내는 길."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표를 호소하며 했던 말들이다. 새누리당은 오로지 '박근혜 마케팅'에 승부를 걸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권 심판론'에는 '정권 수호론'으로 맞섰다. 효과는 이번에도 대단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의지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선거 전략을 뛰어넘는 절박감이 있었다"면서 "박근혜정부가 국가 대개조 등 국정 과제들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선대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김세연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에 한번 더 일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박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선거 구호가 50대 이상 장·노년층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면서 "박 대통령이 눈물도 흘리며 낮은 자세로 임했던 게 유권자들에게 동정심과 신뢰감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초박빙 접전을 이어갔던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당선도 '박심(朴心)'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②숨은 보수표 있었다=이번 지방선거의 관심 포인트 중 하나는 숨은 보수표의 존재 여부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여권 지지자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들의 정치 성향을 숨기고 있다는 게 숨은 표 논쟁의 핵심이었다. 접전지역이 유례없이 많았던 이번 선거에서 숨은 보수표가 당락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새누리당은 막판까지 혼전을 펼쳤던 부산·인천·경기·충북·강원 등 5개 지역 중에서 3개 지역을 차지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서 경기는 2% 포인트 지는 걸로 나왔다"면서 "하지만 무응답층이 많다고 해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보면 숨어 있던 보수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누리당이 부산·인천·경기에서 승리한 이유 중 하나는 숨어 있던 보수표가 투표장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③통진당 후보의 줄사퇴도 보수 결집에 영향 미쳤다=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한 부산과 경기에서는 일부 통진당 지지표가 새정치연합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은 통진당 후보들의 잇따른 사퇴를 새정치연합을 돕기 위한 밀실 야권 연대라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통진당 후보들이 사퇴하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중도층으로 빠졌던 보수층이 여권 지지층으로 재결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국가 대개조, 관피아 척결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보수층을 끌어당겼는데 새정치연합은 정권 심판론에 매몰돼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고 평했다.
경기와 부산의 무효표가 각각 14만9000여표, 5만4000여표로 17개 광역시·도 중 1·2위를 차지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들 무효표는 사전투표와 지방선거에서 통진당 후보들을 찍어 대거 무효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기 부산에서의 당락 표차는 무효표보다 적었다. 그래서 통진당 후보들의 사퇴 시점이 빨랐거나 출마를 안 했다면 새정치연합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6·4 선택 이후] ‘박근혜 눈물’에… 보수 숨은표 튀어나왔다
입력 2014-06-06 10:43 수정 2014-06-06 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