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측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MD)체계 사드(THAAD)의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 정부가 "사드 도입 계획이 없다"고 부인해 온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사드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페피노 드비아소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 정책국장은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사드의 성능과 가격을 알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드비아소 국장은 한국 정부가 요청한 정보는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신형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과 사드, 레이시온의 스탠더드미사일(SM) 자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현 시점에서는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결정을 돕기 위해 한국 관계자들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5일 "지난해 5월 방위사업청 유도사업본부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구축을 위해 연구·개발 중인 중장거리 요격미사일(M-SAM·L-SAM)과 관련해 유사한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를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단 방사청이 실무차원에서 요청한 것일 뿐 사드 도입을 전제로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사청이 미국에 사드 정보를 요청한 것을 단순 참고용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방사청 요청 자료에는 사드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 여부도 들어 있다. 구매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의 일관되지 않은 입장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은 종말단계 하층방위 위주로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상층방어인 사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4일에는 "주한미군이 요청한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군 관계자들도 '현재'에 방점을 찍어 사드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상황이 변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한 언급이 잦아지는 등 압력이 가중될 경우 사드 도입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은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국방부가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사드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美에 사드 자료 요청했다” 국방부, 극구 부인하다 시인
입력 2014-06-06 10:43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