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택 이후] ‘박근혜 마케팅’에만 의지한 與 경고 비전·리더십 보여주지 못한 野 채찍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
민심은 야당의 ‘세월호 심판론’과 여당의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택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 무능했던 정부·여당에 책임은 묻되 집권 2년차 국정을 주도해 나갈 힘을 다 빼앗지는 않았다. 정권 심판이라는 구태의연한 구호 외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야당에는 절반의 승리만을 안겨줬다.

◇‘견제와 균형’ 선택한 민심=5일 최종 확정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텃밭인 부산과 대구를 비롯해 인천 울산 경기 경북 경남 제주 등 8곳에서 승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을 포함해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등 9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수치상으로 새정치연합이 1곳 앞서지만 표에 반영된 민심을 들여다보면 여야 모두 확실한 승자를 가리기 힘든 성적표다.

우선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라는 쓰나미급 악재 속에서도 ‘수도권 빅3’ 가운데 인천과 경기 두 곳에서 이겼다. 흔들렸던 ‘안방’ 부산도 지켜냈다. 당 안팎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선거 승패의 상징성을 지닌 서울을 탈환하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의 참패, 정치적 근거지인 영남에서 표출된 야당 지지세 등 따가운 질책도 함께 받았다.

새정치연합 역시 수도권에서 인천과 경기를 모두 내주는 패배를 맛봤다. 충청권 4곳을 휩쓸어 정치적 중원을 확실하게 차지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전국 226곳 가운데 80곳만 승리했을 뿐이다. 4년 전 지방선거보다 확실하게 퇴조한 셈이다.

이번 선거결과의 키워드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빈틈없는 균형 감각에 감사하고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엄중한 책임 추궁이 있었고, 동시에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라는 격려도 준 선거”라고 해석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이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면서 “야당에는 박근혜정부를 견제할 힘을, 여당에는 정국을 끌고 갈 균형의 힘을 줬다”고 했다.

◇여당, 박심(朴心)으로 세월호 심판 방어=당초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에 유리한 구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를 유지했고, 본선보다 치열한 당내 경선으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주목도도 높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이 요동쳤다.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선거운동이 재개되자 본격적으로 세월호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선거 막판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도와 달라”는 읍소 전략으로 맞섰다. 정권심판론 바람을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으로 차단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관련 전문가들은 절묘한 민심에 감춰진 속뜻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여야 무승부라는 성적표에는 오로지 ‘박근혜 마케팅’에만 의지한 새누리당에 대한 경고와 제1야당으로서 비전도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한 새정치연합에 대한 따가운 비판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여야 모두 이 한계를 넘어서야 할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