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값진 선전’을 한 후보들이 눈에 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그리고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출마한 새누리당 박철곤 후보가 그들이다.
김·오 후보는 모두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 핵심 지역에서 4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며 지역구도를 흔드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가 획득한 40.33%의 득표율은 제1∼6회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대구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표다. 직전인 제5회 민주당 이승천 후보의 16.86%, 제4회 열린우리당 이재용 후보의 21.08%와 비교하면 ‘약진 이상의 성과’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더 이상 대구를 ‘깃발만 꽂으면 되는 곳’으로 분류하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여당은 김 후보가 자신들의 ‘성지(聖地)’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 도전할 것이란 전망에 긴장감을 더 키운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친박(친박근혜) 핵심 이한구 의원과 격돌해 40.42%를 얻었다. 벌써부터 2016년 총선이 우려되는 이유다.
오 후보도 이번에 49.34%의 득표율로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끌어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제1회 지방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37.58%의 득표율로 부산시장 선거에서 패한 뒤 부산은 영남 공략을 위한 야권의 요충지가 됐다. 오 후보 개인으로서는 제3회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재수 끝에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박 후보는 비록 새정치연합 송하진 후보에게 크게 패하긴 했지만 20.45%의 적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10.31%를 획득한 야권의 이광석 통합진보당 후보를 2배 가까운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장벽은 여전히 높았다. 여야 모두 상대방 텃밭에서 선전했지만 ‘영남-여당, 호남-야당’으로 갈리는 지방정부의 권력구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은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의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오 후보가 선전한 부산에서 야당은 단 한 석의 기초단체장도 가져가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광주 전북 전남을 석권했다.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도 당초 무소속 강운태 후보의 선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의 압승이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6·4 선택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
입력 2014-06-06 10:43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