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선거로 친박(친박근혜)계의 하향세는 일단 멈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참패 시 친박 책임론을 본격 제기할 태세였던 비주류는 멈칫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 이후 새누리당 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친박 2선 퇴진론이 터져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행동까지 예상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선거 결과가 여당에 참담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앞서 지방선거 당내 경선 국면에서도 친박은 무기력한 면모를 노출했다. 친박 지원을 입은 후보들이 번번이 비주류 후보들에게 고배를 마셨다. 주류 계파의 조직 동원력이 한계를 드러내자 “당심(黨心)이 친박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시각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친박은 기사회생했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 달라”는 자신들의 정권수호론 전략이 막판에 제대로 막혔다는 자신감에서다. 비주류 후보들까지 ‘박근혜 마케팅’에 뛰어들었고, 결국 박 대통령이 여당 지지자 표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의 승리는 친박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위기감이 고조됐던 여당의 텃밭인 부산과 수도권 격전지 인천을 이 두 명이 지켜낸 형국이다. 여기에 대구와 경기 방어에도 성공했다. 전체 지방선거 스코어에서는 새누리당이 졌지만 내용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쥐었다.
비서진 전면 개편을 포함해 청와대를 겨냥한 쇄신 주문도 당분간 여당 내에서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측된다. 비주류로서는 자칫 박 대통령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더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오히려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가 대개조 방침에 전폭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이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를 기록한 것은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서울에서 시장뿐만 아니라 구청장 선거까지 참패를 한 것도 향후 큰 선거에서 여당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누리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14전당대회가 여권의 권력판도를 재단할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미니총선’ 7·30재·보궐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여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구도는 당분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6·4 선택 이후] 親朴 ‘기사회생’ 비주류 공세 ‘멈칫’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