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지구에서 금성에 이어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지름은 6788㎞로 지구 지름의 0.53배다. 표면온도는 섭씨 영하 140∼20도이고 기압은 지구의 200분의 1 정도다. 지구에 비하면 매우 척박하지만 태양계에서는 기압이나 온도 등을 감안하면 인류가 버티기에는 그나마 가장 나은 별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화성은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의 단골 소재였고 지구가 멸망할 위험에 처할 경우 화성이 그 대체지가 될 것이란 꿈도 있어왔다.
이제 그런 기대감을 조금 더 높여도 좋을 것 같다. 미국 국가연구위원회(NRC)와 항공우주국(NASA)은 4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일이 향후 우주 개발의 주된 목표가 될 것”이라며 “마침내 2030년대에는 화성에 인간이 발을 디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286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 의회의 요구로 지난 1년6개월간 작성됐다. 가장 적절한 우주 개발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느냐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우주 개발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우주 개발에 찬성을 하더라도 새로운 행성보다는 달에 유인우주선을 다시 보내자는 주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달에는 이미 사람을 보냈는데 미국이 왜 또 보내느냐고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이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NRC는 보고서를 통해 화성 탐사가 새로운 목표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새로운 행성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로 인한 경제발전 효과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달 탐사에 이어 인류의 근원적인 미지 공간에 대한 탐험에의 열망을 새롭게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보고서는 화성 탐사에 앞서 중·단기적으로는 달 표면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고 그곳에서 탐사 기지를 건설해 우주인들이 적응하며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화성 적응을 위한 사전훈련 및 화성탐사를 위한 기술축적 차원에서다. 달은 지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3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화성은 현재 기술로는 왕복에 520일이 걸려 충분한 기술 검증이 이뤄진 뒤에야 탐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태평양에 있는 하와이주 화산지대에서 화성 적응 훈련을 위한 모의실험을 실시 중이다. 화성을 오가기 위해 좁은 우주선에서 2년 가까이 지내야 하는 점을 감안해 100㎡(30평)의 작은 돔을 설치해 이곳에서 남자 3명과 여자 3명이 수개월을 버티게 하는 실험이다.
보고서는 특히 화성 탐사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시간도 많이 걸리므로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협력이 없을 경우 화성에 인류가 가는 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NASA의 예산을 매년 5% 이상씩 늘려야 화성 개척에 필요한 중간 목표를 달성하거나 우주개발 과정에서의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美 “우주개발 목표는 화성에 우주인 보내는 것”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