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이… ‘혁신’ 내세워 군수 출마

입력 2014-06-06 10:43 수정 2014-06-06 11:06
"구태 정치에 크게 실망해 탈당하게 됐습니다. 새 정치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의 뜻을 받들어 지역정치 혁신과 선거 개혁에 '올인'하겠습니다."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달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남 신안군수 후보 공천을 신청했던 김승규(58) 전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이 갑자기 탈당했다. 경선 심사 과정에서 구태를 느꼈다는 게 이유였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 전 사무처장은 기재부 고위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선거 운동을 벌였지만 낙선했다.

그러나 '혁신'과 '개혁'이라는 명분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100억원 상당의 로또복권 관련 사업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장비 입찰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로또 시스템 업체인 W사 대표 김모(45)씨로부터 2012년 1월∼지난해 5월 강남 고급 일식집 등지에서 19차례 47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로또복권 시스템 병행 운용사업 입찰을 앞둔 2012년 9월에는 김씨에게 사업 예정가격 등 입찰 관련 정보도 제공했다. W사는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김 전 사무처장은 당초 회계법인 원가계산에서 50억원 안팎으로 제시된 사업의 가격을 80억원으로 부풀린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사무처장은 2012년 7월에도 W사에 로또 장비 재활용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주려다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는 당시 사업 실무자인 복권위원회 서기관이 경쟁입찰을 주장하자 압력을 넣어 3개월간 휴직하게 하고 해당 업무에서 그를 배제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와 일면식도 없으며 사업 입찰 등에 편의를 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2년부터 동향이라는 이유로 가깝게 지내며 대포폰 3대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2월 기재부에 사표를 내 의원면직 처분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김 전 사무처장의 비위 사실을 파악해 안전행정부에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한 달 뒤 경찰은 김 전 사무처장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를 내렸다. 기재부가 김 전 사무처장의 사표를 수리한 점도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훈령인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에는 공직자의 비위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이면 중징계 대상으로 분류돼 의원면직이 제한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사무처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