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선교사들, 한국 토착문화 선교에 활용했다

입력 2014-06-06 10:43 수정 2014-06-06 11:06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전 회장 강승삼 목사가 4일 ‘제2회 한반도 선교포럼’에서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선교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한반도국제대학원대 제공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와 한국전문인선교협의회는 4일 서울 용산구 임정로 한반도국제대학원대에서 ‘제2회 한반도 선교포럼’을 열고 130년 전 한국 땅을 밟은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반추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전 회장 강승삼 목사는 초기 선교사들의 선교 전략을 ‘적절한 상황화’로 요약했다. 상황화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지 주민들의 문화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타 종교의 사상이나 규범과 혼합하는 혼합주의와는 다르다.

강 목사는 “당시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조한 유교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어 남성과 여성의 자리를 구분하기 위해 예배당을 기역자(ㄱ) 형으로 지었다”며 “이는 유교문화와 대립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문화에 맞게 토착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도회의 ‘성미 제도’도 상황화의 예로 들었다. 그는 “가난한 농촌사회였던 당시 돈보다는 곡식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됐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목회자에게 사례와 함께 성미를 지급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심방제도도 한국의 샤머니즘문화가 승화돼 만들어진 것”이라며 “옛날 한국의 마을에는 대개 무당이 있어 연말연시에 집집마다 돌며 심방을 했고, 선교사들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새벽기도회는 새벽에 치성을 드린다는 당시 정서에 부합했다”며 “초기 성도들은 하나님께 정성을 모아 제단을 쌓는 심정으로 새벽기도회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 선교사 존 네비우스의 선교정책에 대해 강연한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김홍만 교수는 “네비우스는 ‘자전·자립·자치를 통한 토착교회 형성’을 원칙으로 삼고, 성경 공부를 통해 자국민을 철저하게 훈련시켜 지도자로 양성토록 했다”며 “현지 교회가 원하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현지 고유의 건축 양식으로 교회를 짓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네비우스의 선교정책은 당시 경험이 부족했던 젊은 선교사들과 이후 한국교회의 선교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무엇보다 당시 제국주의시대에 서구가 당연시하던 문화우월주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선교지의 문화를 존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