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4 선거로 재신임 받았다고 볼 수 있나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17곳 광역단체 가운데 9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데에서 8곳으로 줄었지만 지방선거를 덮친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변수를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와 인천에서 승리를 거둔 것과 226명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110여명을 당선시킨 것도 의미가 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경우는 단 한 차례뿐이어서 새누리당은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기에 있지 않다. 서울에서의 완패, 충청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전패 그리고 텃밭인 부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고전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데 대해 분노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 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원론적 수준의 말이지만, 세월호 이전과 전혀 다른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행보가 다소 빨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관피아 척결 등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다소 속도를 내는 것이 온당할 듯하다. 지방선거를 통해 국정 동력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개조 작업을 추진하면서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의 뜻’이다. 절반의 국민이 박근혜정부에 경고를 보냈다는 점을 유념해 향후 국정운영에 변화를 주는 것이 온당하다.

대통령이 모든 업무를 챙기겠다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총리와 내각의 존재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국정 현안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나타나곤 했다.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총리와 장관들이 미덥지 못하더라도 권한을 나누고, 대통령은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독단적인 인사 스타일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 혼자 인사를 하다 보니 엉망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지역 편중 인사 논란마저 생겼다. 박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와 관련해 “국가 개혁의 적임자로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앞으로는 폭넓게 인재를 구해야 한다. 총리를 비롯해 ‘2기 내각’을 어떻게 짤지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소통의 정치,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도 요구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순항하려면 국론 결집이 필수적이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 진영 인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협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막판 “대통령을 구해주십시오”라며 읍소 전략을 폈다. 그 때문인지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의존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무기력한 정당이라는 걸 자인한 셈 아닌가. 내달 열릴 전당대회를 계기로 체질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심은 멀어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