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클린턴 전 장관 연약하다”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연약하다’(weak)는 표현을 사용해 조롱했다고 AF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감정 섞인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난 3월 ‘일’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크림을 병합한 푸틴 대통령을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댔다.

푸틴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하기 전 프랑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여성과 논쟁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말할 때 우아하게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심한 말을 할 경우에는 그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약하기 때문”이라며 “여성에게 연약하다는 것이 최악은 아니다”고 비꼬았다.

푸틴 대통령 발언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도 러시아의 크림병합 이전 주요 8개국(G8) 회의 예정지였던 흑해 휴양지 소치에서 가졌다. 서방은 G8 회의 장소를 소치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바꾸고, 러시아를 아예 회의 멤버에서 제외해 버렸다.

푸틴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과 여러 국제적 사안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으며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 지도자들이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공격적이고 강경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20세기의 어두운 전술’(dark tactics)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행사에 자리를 같이 하지만 두 지도자 간 공식 만남 계획은 없다. 러시아를 뺀 G7은 브뤼셀에서 공동성명을 내 러시아의 크림병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제재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동·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영유권 분쟁에 있어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일본의 입장을 사실상 지지하면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G7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관련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다. G7 정상들은 5일 세계 경제와 에너지, 기후변화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