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택 이후] 충청, 이번에도 캐스팅보트… 절묘한 ‘세력 균형’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

제6회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모조리 새정치민주연합의 몫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절반을 겨우 넘긴 9곳을 차지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여야 모두의 텃밭이 아닌 충청에서 어느 한 선거구라도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면 전체 선거 스코어가 뒤집혔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 때처럼 이번에도 충청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이다.

충청권 표심은 과거 중요한 선거마다 전체 승패의 가늠자 역할을 했다. “신중하고 계산적인 충청 유권자들이 이기는 편에 표를 던진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2010년 실시된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이 충청 광역단체장을 독차지했다. 충북·충남은 민주당이 가져갔고, 대전에는 자유선진당의 깃발이 꽂혔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7곳, 자유선진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에서 승리했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6곳에서 이겼다. 서울 수성(守城)에는 성공했지만 충청권을 빼앗긴 집권여당 한나라당은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2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충청권에서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10명이었고 자유선진당은 3명이었다. 두 원내교섭단체의 당선자 수 차이 2명은 미미해보이지만 전국 당선자 수를 보면 새누리당은 127명, 민주통합당은 106명이었다. 박빙의 선거 구도에서 충청이 선택한 정당이 결국 판정승을 거둔 셈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정당의 충청권 당선자 비율 ‘1.2 대 1’은 전국 당선자 수 비율과도 일치했다.

같은 해 실시된 18대 대선은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로서의 진가를 발휘한 선거였다. 당시 유력 후보 두 명이 맞붙었고 지역별 지지 경향이 뚜렷하게 갈리던 상황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영남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호남권의 전폭적인 지지세를 얻었다. 수도권조차 인천·경기는 박 후보, 서울은 문 후보로 나뉘었다. 이때 충청이 박 후보를 택했다. 박 후보는 대전 세종 충북 충남 등 모든 충청 광역자치단체 선거구에서 문 후보를 제쳤다. 지역별 두 후보 득표율은 0.3% 포인트에서 많게는 13.9% 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방선거에서 한 정당이 충청권을 싹쓸이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충청을 지역기반으로 했던 자유민주연합이 사라진 뒤 제4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충청을 접수한 바 있다.

그에 앞선 지방선거 싹쓸이도 자유민주연합 등 보수정당에 대한 몰아주기였다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새정치연합이 그 ‘수혜’를 차지한 게 특징이다. 후보 개인별로도 안희정(충남) 이춘희(세종) 당선자가 모두 친노무현계로 분류되고, 권선택(대전) 당선자도 자유선진당 출신이긴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2012년 자유선진당과 합당한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선전을 내심 바랐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향해 충청이 보여줬던 지지를 다시 한번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완패로 결론이 났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만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라는 시각도 나온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내세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의미다. 특히 공무원 비율이 높은 대전과 세종시에서 새누리당이 선택받지 못한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