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택 이후] 초라한 성적표 진보정당들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
유례없는 거대 양당의 혈전 속에 진보정당들은 광역은 물론 기초단체장 한 곳도 당선시키지 못하며 4년 전에 비해 희미해진 존재감만 재확인했다.

원내 3당인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과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 존폐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선거를 통한 반전을 꿈꿨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로는 12명이 출마했다. 하지만 이성수 전남도지사 후보와 이광석 전북도지사 후보가 10% 초반의 득표율을 거뒀을 뿐 모두 1∼5% 안팎의 한 자릿수 득표에 그쳤다. 부산 울산 경기도 등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막판 사퇴하면서 변칙 단일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역 구청장이 수성에 나선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와 북구의 윤종오 후보조차 새누리당 후보에게 석패하는 등 41개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도 전패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4명이 출마한 정의당도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쳤다. 조승수 후보가 울산에서 20% 중반대의 지지율을 거두며 선전했지만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와의 표차가 워낙 커 초반부터 승패가 갈렸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현역 구청장인 인천 남동구 배진교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으나 49.7%를 득표해 50.3%를 득표한 새누리당 장석현 후보에게 아깝게 패했다.

이 같은 진보정당의 몰락은 굳건한 양당 구도를 허물지 못한 채 오히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내란음모 혐의로 인한 종북 논란 등 악재가 거듭되면서 냉정해진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5일 “초라한 성적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선거 결과를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