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선거는 야권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0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강세지역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중랑·중구를 챙겼다. 2010년 당시 민주당이 21개 구에서 승리하며 한나라당(강남 3구·중랑구)을 압도했던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당초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동대문·서대문·성북·은평·종로구 등 10여개 구에서 새정치연합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새누리당은 자체적으로 강남·서초·송파·중구 등 7∼8개구를 우세지역으로 평가했다. 양천·영등포·용산구 등은 접전지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정권 심판론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압도한 박원순 시장 편승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공천한 현직 구청장들이 모두 '생환'하는 등 현역 프리미엄의 위력도 컸다. 이번 선거에는 새정치연합(17명)과 새누리당(3명) 공천을 받은 현직 구청장들이 모두 당선됐다. 현직 중에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완주한 진익철 서초구청장만 고배를 마셨을 뿐이다.
4선인 고재득 구청장이 불출마해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던 성동구, 문병권 현 구청장이 3선 이상 연임 제한에 묶여 나올 수 없었던 중랑구, 추재엽 구청장의 중도하차로 권한대행 체제였던 양천구, 문충실 구청장이 새정치연합 공천심사에서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동작구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선 5기 현직들이 당선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서 조용한 선거운동이 강조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인지도가 있는 현직 후보가 유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최다인 4명의 여성 구청장이 나온 점도 눈에 띈다. 강남 3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여성 후보 3명이 모두 당선됐다. 현직으로 경선을 통과한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박춘희 송파구청장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여성 우선 전략공천을 받은 조은희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여성 첫 서초구청장에 당선됐다. 양천구청장에 출마한 김수영 새정치연합 후보도 16대 국회의원(양천을)을 지낸 오경훈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서울에서 여성 구청장은 민선 1기부터 3기까지 1명도 없었다. 민선 4기에 1명, 민선 5기 2명이었으나 이번에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김수영 당선자는 민선 5기에 양천구청장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1년 만에 중도하차한 이제학 전 구청장의 부인이다. 김 당선자는 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으나 3년 만의 재도전에서 승리해 남편에 이어 양천구청장에 오르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3선 구청장도 5명이 나왔다. 박홍섭 마포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노현송 강서구청장, 이해식 강동구청장 당선자로 모두 새정치연합 소속이다.
새정치연합은 서울시의원 선거에서도 전체 106석 중 77석을 차지했다. 서울시장과 구청장, 시의회를 모두 새정치연합이 장악하고 교육감마저 진보 후보가 당선되자 서울이 거대한 야도(野都)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1인 7표까지 행사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 사이에 줄투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6·4 선택 이후] 野, 서울 25개 자치구 중 20곳 싹쓸이
입력 2014-06-06 04:44 수정 2014-06-06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