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6·4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9곳에서 승리해 숫자상으로 새누리당을 눌렀다.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박원순 후보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고 충청권 4곳을 싹쓸이했다. 강원에서도 신승했다. 그러나 내심 승리를 기대했던 경기에서 졌고, 인천 또한 현직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내줬다.
정부·여당에 절대적 악재였던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적밖에 내지 못했다는 건 새정치연합이 진 선거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그 징후는 더욱 뚜렷하다. 광역의회 정당득표율에서도 새누리당에 한참 뒤졌다. 전통적 표밭인 광주, 전남·북과 대전, 세종 5곳에서만 앞섰을 뿐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긴 강원, 충남·북에서도 밀렸다. 박 후보가 압승한 서울에서조차 45% 대 45%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새정치연합이 완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월호 프레임에 갇혀 자만했다. 그리고 안일했다. 세월호 참사가 최대 이슈였던 것은 분명하나 선거 구도를 오로지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가 보수층의 반발을 불렀고, 유권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세월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마당에 대안이나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정부·여당의 책임만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부동층에게 수권정당, 대안세력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실패했다.
안철수 공동대표 측과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새정치’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광주시장 후보 공천은 시급히 뿌리뽑아야 할 우리 정치의 고질인 계파 나눠먹기에 다름 아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대표 측 인사를 내세우기 위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안 대표는 자신이 추천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지원을 마다하고 광주시장 선거에 전념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당 대표의 자세가 아니다. ‘선사후당(先私後黨)’하는 사람은 계파 보스는 될지 몰라도 대표로는 부적합하다. 안 대표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평가했다. 옳은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이 잘해서 9곳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월호 변수에도 4년 전보다 못한 신임을 받은 이유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선거 결과를 놓고 주류·비주류 간, 친노·비노 간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정부·여당 발목잡기를 야당의 본분으로 착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활로가 열린다.
[사설] 野, 세월호 참사 없었어도 이랬을까 돌아봐야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