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45·사진) 감독이 선수들에게 휴식일을 준 5일(한국시간) 취재진에게 던진 다소 엉뚱한(?) 발언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숙소인 미국 플로리다주 아벤추라의 턴베리 아일 리조트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아직 주전 경쟁에 대해서 선수단 내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비주전 선수들의 역할이 없다면 우리 팀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비주전 선수들을 끔찍이 아끼는 이유가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비주전 선수들은 주전 선수들을 위해 마실 물을 나르고 빨랫감을 정리했다. 신기했던 것은 주전 선수들보다 비주전 선수들의 표정이 더 밝았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위치가 경기장과 벤치로 나뉘었을 뿐 올림픽팀 선수 18명 전체가 함께 경기를 했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홍 감독은 벤치 멤버들을 유독 아꼈다. 비주전 선수들이 서운하게 생각해 팀의 분위기가 깨진다면 절대 한 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 조별예선을 통과할 수 있는 열쇠는 ‘하나가 된 팀’이라고 믿고 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의 목표에 대해 “조별예선 통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목표를 조별예선 통과에 두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 “브라질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빵점 짜리 감독이 될 수도 있다”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없이 대회를 치르고 싶다”고 강조했다.
H조에서 맞붙을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가 한국 전력 분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남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다시 엉뚱한 말을 한 뒤 “상대국들이 지난 1월 미국 전지훈련 때 전력 분석관을 보냈고, 분석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 뒤 브라질로 넘어갈 때 대표팀의 상황을 색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파주서 흰색으로 출발했다면 브라질에 도착할 때는 빨간색이 돼야 한다”며 “지금은 분홍색 정도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날 감기 증상을 보인 이범영(부산),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이용(울산)의 컨디션에 대해 홍 감독은 “모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며 “선수 관리가 중요한 데 일찍 정상 상태로 돌아와 다행스럽다”고 설명했다.
마이애미=글·사진 김태현 기자
[브라질월드컵 D-7] “비주전이 더 중요… 그들 없으면 팀은 반쪽짜리”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