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 당선자는 닮은꼴이다. 고향(경남), 직업(검사), 정치 경력이 같다. 홍 지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24회)에 합격해 화려한 검사 이력을 쌓았다.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맡아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씨 등을 무더기로 구속해 ‘모래시계 검사’란 별명을 얻었다.
안 당선자는 마산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17회)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두 사람은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로 96년 15대 총선에 나란히 출마, 첫 배지를 달았다. 내리 4선을 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을 지냈다.
체신머리 없는 막말로 구설에 오른 것도 닮았다. 홍 지사는 대학생들과의 대화 시간에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 당선자는 여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 하더라”며 성형 안한 여성을 자연산 생선에 비유해 곤욕을 치렀다. 정치적 시련도 같이했다. 19대 총선 때 홍 지사는 낙선했고, 안 당선자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소문난 앙숙이다. 2010년 당 대표 경선 때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틀어졌다. ‘안 대표’와 ‘홍 최고위원’은 사사건건 다퉜다. 당 연찬회 뒤풀이 자리에서 주변의 권유로 러브샷을 하고 ‘어이 준표야’ ‘예 형님’을 했지만 앙금은 가시지 않았다. 6·4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견원지간임을 새삼 확인했다. 2012년 낙향해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된 홍 지사는 일찌감치 재선을 준비했고, 안 당선자가 도전장을 냈다. 지사 공천 경쟁을 하던 중 안 당선자는 홍 지사의 맞수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자신은 체급을 낮춰 창원시장 출마를 택했다.
둘 다 당선은 됐지만 집권당 대표 출신 지사와 시장 사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거 때 그 흔한 합동유세 한번 하지 않을 정도로 아예 말을 섞지 않는 두 사람이 어떻게 행정을 함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창원은 옛 마산과 진해가 합쳐져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108만명)와 예산(2조4000억원)이 가장 많은 광역시 수준의 대도시다. 두 사람이 창원 시정을 놓고 대립할 경우 속수무책이란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서로 화해의 손을 내밀 때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홍준표와 안상수
입력 2014-06-06 03:06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