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모욕으로 상처 입었는데 내 탓이라고?

입력 2014-06-06 03:05 수정 2014-06-06 11:06

대머리가 끼여 단체사진을 망쳤다는 귀여운 놀림부터 인종차별, 성차별로 나타나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모욕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반사다.

‘모욕수집가’라 자평한 저자는 책을 통해 왜 사람들은 모욕을 하고, 당한 사람은 왜 상처를 받는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심리학과 철학을 바탕으로 통찰했다. 저자는 모욕은 사회관계 속에서 인간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감정이자 행위라고 말한다. 동물들이 발톱과 송곳니로 서열을 정하는 것처럼 인간은 모욕으로 이를 정리한다. 모욕은 분노를 일으키는 강력한 기제지만, 의외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고.

‘인간은 모욕하는 동물’이라 주장한 스토아학파의 철학 사상이 저자의 분석에 깔려 있다. 이 학파의 철학자들이 “누군가의 모욕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것 자신 탓”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저자는 “모욕에 대한 민감도를 키우는 것은 결국 낮은 자존감”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독일 황제 빌헬름 2세, 영국 총리 윈스터 처칠과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일화 등 역사적인 ‘모욕 사건’들도 흥미를 돋운다. 책 뒷부분에 등장한 저자의 ‘모욕평화주의’ 실험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설정은 간단하다. 모욕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홍선영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