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희망지기-낙도 선교회] 복음이 섬으로 들어간다 落島는 이제 樂島다

입력 2014-06-07 01:47 수정 2014-06-07 06:29
낙도선교회 대표 박원희 목사는 말한다. “지금 예수님으로 행복하지 않으면 가지 마십시오. 손들고 1년 만에 나옵니다. 섬 사역은 오직 예수님 한분 만으로 행복해야 감당할 수 있습니다.” 신학생들의 자발적 선교단체로 출발한 낙도선교회 단기팀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섬으로 들어가고 있다. 낙도선교회 제공
박원희 목사와 최근 4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등대호에 복음을 싣고', 섬 선교사 이정환 목사 부부, 섬 주민들이 예배 드리는 모습(왼쪽부터). 낙도선교회 제공
이야기 하나, “선샘예∼ 가지 마이소”

최 전도사가 제주시 ‘우도’에 들어갔다. 1주일 사역을 무사히 마치고 선교팀 일행과 섬을 떠나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데, 섬 아이들이 부두로 몰려왔다. 우르르 최 전도사 앞에 모인 아이들은 가지 말라고 졸랐다. “선샘 가시면 우리는 누구한테 하나님 말씀 듣습니꺼? 선샘예, 가지 마이소” “전도사님은 신학생이라 서울에 가서 공부해야 해” “그라믄 다음주에 또 오이소”

최 전도사는 생각했다. ‘여길 또 오라고? 나는 섬에서 목회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왜 나만 잡고 그러는 거야. 좀 놔라 놔!’ 울며 뒹구는 아이들에게 마음과 다른 약속을 하고 말았다. 다시 오겠다고. 1주일 뒤 최 전도사는 우도를 찾았다. 아이들은 좋아했다. 또 사역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이번에는 섬 아주머니들까지 부둣가로 몰려왔다. 다음주에 또 올 거라는 약속을 하고 떠나라고 ‘강권’했다. 결국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섬을 빠져나왔다.

우도에 들어갈 때 “이게 마지막이야”라고 굳게 결심했다. 이번 예배에는 아이들, 아주머니뿐 아니라 할머니, 아저씨들까지 모두 모였다. 은혜 가운데 예배를 마친 최 전도사. 부둣가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할머니들이 막아섰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한 할머니가 울며 말했다.

“최 전도사, 와 우리 섬에서 몬 사노? 집이 없어서 그르나? 우리 집 가지라. 내 우리 집 주께. 내는 다른 할매 집에 가서 자면 된다. 그라고 우리 집을 예배당 하자. 응? 우리도 하나님 말씀 듣고 싶다 아이가. 응?”

할머니의 말이 하나님 음성으로 들렸다. 결국 최 전도사는 무릎 꿇고 기도 드렸다. 보따리를 싸서 우도로 이사했고 그 할머니 집에서 교회를 시작했다. 우도에 주님의 성전이 들어섰다. 현재 경북 김천대현교회를 담임하는 최선태 목사의 낙도선교 이야기다.

이야기 둘, “하나님이 있긴 있나봐예”

이 전도사는 작은 ‘복음선’을 타고 섬 여기저기를 다니며 복음을 전한다. 경남 거제시 ‘황덕도’라는 섬에서 예배를 드리고 배를 몰고 다른 섬으로 가던 중이었다. 큰 파도가 순식간에 덮쳤다. 치솟은 배에서 이 전도사는 배 밖으로 튕겨져 바다에 빠졌다. 배는 저만치 떠가고 있었다. “하나님, 저 이대로 천국 가는 거죠?”

망망대해 한복판에 빠진다는 건 곧 죽음을 뜻한다. 이 전도사는 허우적대며 먼 부둣가를 바라봤다. 전도사를 배웅한 성도들이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순간 이 전도사는 기도 내용을 바꿨다. “하나님, 제가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섬 주민들이 ‘전도사도 죽이는 하나님이 뭔 하나님이래?’라고 하면 하나님 체면이 뭐가 됩니까? 지금은 살려주세요”

기적이 일어났다. 떠밀려가던 배가 다시 파도에 휩쓸려 이 전도사 쪽으로 다가왔다. 정신을 차리고 배에 올라탄 이 전도사는 성도들에게 힘껏 배를 몰고 갔다. “할렐루야!”를 외치는 성도들. 옆에 있던 주민들도 한마디씩 했다. “전도사님, 하나님이 있긴 있나봐예∼” 황덕도교회와 경남 창원시 심리교회를 함께 섬기는 이영표 목사는 그날 기분 좋게 “물론이지요!”를 자랑스럽게 외쳤다.

이야기 셋, “천국 가는 거 맞나?”

강원도 양구 산골을 돌며 복음을 전하던 이 전도사는 우연히 만난 우체부로부터 외딴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를 소개받았다. 산 두 개 정도 넘어 도착한 할머니 집은 곧 쓰러질 것 같았다. 칠십이 가까운 나이에도 할머니는 손수 밭을 일궈 감자와 옥수수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 집에 머물며 주변의 이 집 저 집에 복음을 전했다. 사흘쯤 지난 뒤 할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총각은 우타(왜) 이래 산골로 댕기나?” “예수님 전하려고요”

할머니는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 자녀 둘을 키울 수 없어 어린 나이에 양자로 보냈다. 혹 아이들이 크면 찾아올까, 평생 오두막집에서 홀로 살아온 거다. 할머니는 글도 몰랐고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왔다. 이 전도사는 1주일을 머물며 할머니에게 복음을 전했다. 이후 양구를 갈 때마다 할머니 집에서 묵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전도사가 믿는 예수 내도 믿으면 안 되나?” 호롱불 밑에서 이 전도사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영접기도를 드렸다. 한번은 할머니가 이 전도사를 붙잡았다. 하루만 더 있다 가라고. 다음날 주일 헌신예배를 인도해야 했던 이 전도사는 금방 또 오겠다고 약속했다. 할머니는 물었다. “전도사, 내도 예수 믿었으니 천국 가는 거 맞나? 확실히 내도 천국 가지?” “그럼요. 성경에 하나님이 약속하셨어요.” “그럼 됐다”며 할머니는 꼭 잡은 이 전도사의 손을 놓았다.

내내 할머니가 걸렸다. 이 전도사는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 할머니를 찾아갔다. 아무리 불러도 할머니는 답이 없었다.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뒤였다. 시신 수습을 위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가게에서 소주 한 병을 사서 홀로 할머니 몸을 닦았다. 염(殮)을 마친 뒤 할머니를 뒷산에 묻었다. 이 전도사는 사망신고를 위해 군청을 찾았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런 할머니는 없어요. 주소불명입니다. 사망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동강교회 이충석 목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소외되고 외로운 할머니, 예수님을 전혀 알지 못하는 할머니들을 찾아 산길을 나선다.

내 이웃 ‘낙도(落島)’에 하나님 계시다

우리나라의 최초 복음은 섬으로 들어왔다. 칼 퀴츨라프 선교사는 1832년 충남 보령 고대도라는 섬에서 한글로 번역한 주기도문을 전했다. 조선을 찾아온 초기 선교사들은 땅끝으로 여겼던 조선에 들어와 다시 조선의 땅끝인 섬으로, 또 섬으로 들어갔다. 1974년 총신대 학생들이 초기 선교사들의 낙도를 향한 선교 열정 ‘땅끝 마음’을 이어갔다.

“낙도 가자!” 이 외침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전도사였던 신학생들은 여름에 낙도 단기선교만 갔다 오면 무슨 열병에 걸린 것마냥 누가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발적으로 외쳤다. “낙도 가자! 내 이웃, 하나님의 이웃, 낙도가 있다”

이들은 훗날 목사가 되어 교회 사역을 하면서도 청년들에게 낙도를 심어줬다. 땅끝 오지를 향한 영혼 구원의 불길은 타올랐다. 100명, 200명, 300명…. 여름이면 최고 2500여명의 젊은이들이 섬과 오지로 떠났다. 단기선교팀원 중에서 섬 선교 헌신자들이 나왔다. 세 이야기의 주인공 최선태, 이영표, 이충석 목사도 낙도 단기선교를 통해 헌신하게 된 사례다.

섬 선교에 헌신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84년 낙도선교단이 발족됐고, 90년 낙도선교회로 조직이 확장됐다. 2000년부터 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박원희(49) 목사는 6일 “낙도선교회는 조직력, 자금력, 세련된 행정력, 탁월한 인력도 없는 그냥 조그마한 선교단체”라고 소개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90년 총신대학원에 입학한 박 목사도 동기 전도사들의 “낙도 가자”는 외침에 따라나섰다가 지금껏 머무르고 있다.

‘구멍가게’처럼 운영되는 선교회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435개 섬들과 14만 촌부락에 복음을 전하는 낙도선교회는 그간 신학생과 교회 청년 1만1445명을 1506개 섬에 보냈다. 지금까지 36명의 목회자를 섬과 오지에 파송했다. 이들은 다른 섬 지역 목회자들과 네트워크를 이뤄 낙도 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전남 고흥권·완도·해남·진도권을 누비는 복음선 ‘등대호’를 타고 선교사역을 감당한다. 등대 1·2호는 분당중앙교회에서 후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전남 완도 금일도에서 등대3호 출항예배를 드렸다. 구미상모교회에서 이정환 목사를 섬 선교사로 단독 파송했다. 교회는 사택과 월 선교비, 등대3호 구비 비용을 모두 감당했다. 1907년 제주도 선교사로 파송된 이기풍 목사에 이어 107년 만에 이뤄진 섬 단독 선교사다.

선교회는 오는 29일부터 1주일간 완도, 진도, 경남 통영 지역에서 ‘제56차 여름 낙도 단기선교’를 실시한다. 박 목사는 “사실 갈수록 낙도를 찾는 단기선교팀이 줄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100여명 가까이 단기선교 신청을 취소했다.

“선교팀들이 특히 진도에 가서 할 일이 많아요. 유출된 기름띠 제거 작업, 바다 농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주민들도 도와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 후유증을 앓는 주민들을 찾아가 위로도 해야 하는데, 얼마나 참여할지….” ‘땅끝 마음’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박 목사는 “의지적으로라도 교회가 땅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