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박사의 성서한방보감] 적근과 백근

입력 2014-06-07 01:47 수정 2014-06-07 06:29

인체 세포에는 산소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해당계(解糖界)’와 산소가 있어야 되는 ‘미토콘드리아계’가 공존한다. 에너지 생산 방식이나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시스템이 한 세포 안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계는 산소 없이 혐기성 당질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순한 과정이기에 작동이 아주 빠르다. 따라서 위급상황에서 대처를 잘할 수 있게 된다. 미토콘드리아계는 산소뿐 아니라 당질, 지질, 단백질, 햇빛까지 복합적인 재료를 쓰는 호기성 세포여서 에너지 생성 과정이 복잡하고 느리지만 효율이 높다.

해당계는 효율은 떨어지지만 순발력은 탁월하다. 그리고 분열증식이 왕성해 피부, 점막, 정자, 근육 중에서도 순발력이 요구되는 백근(속근·速筋)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미토콘드리아계는 효율이 높아 지구력이 탁월하며 분열증식 대신 성장, 성숙하는 특징이 있다. 뇌신경, 심장, 난자, 근육 중에도 지구력의 적근(지근·赤筋)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분열증식이 왕성한 암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100개도 안된다. 평균 세포에 분포하는 5000개에 비해 아주 낮다. 암세포가 저체온, 저산소에서 잘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도 그 점에서 대조적이다. 정자는 분열증식을 해야 하고, 난자는 성숙성장을 해야 한다.때문에 정자는 해당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난자는 미토콘드리아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해당계는 산소가 필요 없기에 남자의 고환은 차게 하는 것이 좋고, 미토콘드리아계는 산소가 있어야 하기에 여성은 아랫도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나이에 따라 에너지를 쓰는 모드가 달라진다. 사춘기를 지나 성장이 멎을 즈음부터 차츰 순발력의 해당계 우위에서 지구력의 미토콘드리아계 우위로 넘어간다. 중년이 되면 두 시스템이 거의 균형잡힌 생활을 하다 고령이 될수록 지구력 우위로 넘어간다.

중년을 넘겨서도 계속 순발력 위주의 해당계 우위 생활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생활의 연속이면 혈액순환이 안 되고 저산소, 저체온 상태로 된다. 미토콘드리아계 활성이 떨어지고 호기성 세포는 적응을 위해 혐기성, 해당계로 전환, 분열증식을 시작한다. 이게 암이다. 암뿐만이 아니다. 모든 생활습관병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되어도 지구력 대신 순발력으로 달리다 보면 쓰러진다. 달리기와 비교해보자. 단거리 선수는 숨을 안 쉬고 순발력만으로 달린다. 한계가 400미터다. 올림픽 기록이 50초가 채 안된다. 사람이 숨 안 쉬고 달릴 수 있는 게 고작 1분이다. 순발력만으로 달려야 하니 단거리 선수는 속근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게 해당계의 백근이다. 단거리 선수가 역도선수처럼 번들거리는 근육질인 것은 백근이 발달한 때문이다. 그에 비해 장거리 선수는 나약하게 보인다. 말라 보인다. 지구력으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계의 지근(遲筋)이 발달한다. 지근은 색깔이 붉어서 적근이라고도 부르며, 신체 깊숙이 있어서 내근이라고도 한다. 유산소의 지구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에 비해 급격한 피로는 한결 덜하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해당계의 에너지 분출이 많아 순발력이 강하므로 역동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중년 이후 점차 활동을 줄이고 기도생활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 중년 이후에는 한 템포 늦추어 뒤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사역을 하는 것이 좋다. 전면에 나서서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해당계의 활동이 활발한 젊은 분들에게 맡기고 한 템포 물러서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교회에서 처음엔 꼭 필요한 사람,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나중에는 없어도 되는 사람, 자리를 물려줄 후계자를 양성해놓고 물려줄 수 있는 사람, 그래도 교회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신앙생활 역시 우리의 생체 사이클에 맞게 잘 조절하는 것이 성전 된 우리 몸을 잘 건사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