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고승덕 효과’에 대역전극이 펼쳐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조희연 당선자의 승리를 예측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진보 단일 후보임을 내세웠지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대에 머물러 이번 선거를 보수 대 보수의 대결로 관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 후보와는 20% 포인트, 문 후보와는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고 후보 장녀 희경(27)씨의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이 파문을 일으키면서다. 문 후보가 고 후보를 세월호 선장에 빗대 비난하고, 고 후보도 해당 글의 배후로 문 후보를 지목하는 등 난타전을 벌였고 보수표가 양분됐다. 고 후보를 지지했던 일부 진보 성향의 표가 고·문 후보의 진흙탕싸움 와중에 조 당선자에게 향했다는 분석도 있다. 조 당선자가 선거 직전 “(서울교육감 선거는) 6·4지방선거에서 가장 감동적인 역전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됐다.
조 당선자는 5일 오전 당선이 확정되자 “세월호 이후 한국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정책과 개혁을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전임 교육감이 추진했던 자율학기제, 진로진학 교육 등 긍정적인 내용은 적극적으로 계승해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당선자는 비판적 지식인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성공회대 설립에 앞장섰고 줄곧 이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 민주화교수협의회 대표를 맡았으며 참여연대 설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초대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2대 사무처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초·중·고교 시절은 학교와 교회만 오가는 ‘범생이’(모범생을 뜻하는 은어)였고, 다섯 형제 중 두 형이 목사다. 사회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도 ‘겨자씨’라는 복음주의적 크리스천 모임에서였다.
유신시절인 1975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고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다. 시위전력자라는 이유로 서울대 대학원 합격이 취소되자 연세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서울대 대학원 합격 취소 당시 청와대 민원실에 탄원을 넣었다가 허문도씨 등 당시 신군부 핵심 인사들을 만나 술을 마신 일화는 유명하다. 대학원 때 만난 아내와 결혼했고 아들 둘을 뒀다. 두 아들은 ‘제 아버지 조희연을 부탁합니다’라는 광고에 등장하는 등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이도경 정승훈 기자 yido@kmib.co.kr
‘고승덕 효과’에… 지지율 10%대 조희연 후보 대역전극
입력 2014-06-05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