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보수·단결한 진보… 예견된 결과

입력 2014-06-05 04:21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전체적으로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당선자는 진보진영 후보가 훨씬 많았다. 교육감 선거 성적표는 진보진영의 압승, 보수진영의 참패로 요약된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17개 시·도 교육감 중 11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진보 후보들의 강세는 더 두드러졌다. 2010년 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모두 6명 당선됐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진보 교육감은 2배가량 불어나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교육 현안을 놓고 교육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여러 차례 교원 징계와 학업성취도 조사 등을 놓고 교육 당국과 진보 교육감이 맞서온 터라 향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집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교육과정 개편 등의 현안도 산적해 있어 당장 하반기부터 충돌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진보 압승, 보수 참패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단일 후보가 나선 진보 진영과 달리 보수 진영은 복수 후보가 출마해 표가 분산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국 최다인 7명의 후보가 나선 부산시 교육감 선거가 대표적이다. 유권자들의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었지만 보수 후보 6명이 난립하면서 진보 단일 후보로 나선 김석준 후보가 개표 내내 여유 있는 1위를 달렸다.

게다가 곳곳에서 보수진영 후보들이 서로에게 흠집을 내는 바람에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진보진영 후보 당선을 도와준 꼴이 됐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을 모두 합치면 절반이 훨씬 넘는다”며 “단일화에 실패해 표를 분산시킨 것이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어김없이 재현된 ‘진보 단결, 보수 분열’의 구도 외에 이제까지 해온 것과 다른 교육을 원하는 유권자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립형 사립고 등에 반대하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목소리가 유권자들의 공감을 더 얻었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도 선거 판도를 크게 뒤흔들었다. 입시교육에 골몰하느라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반성이 수월성보다는 평준화, 경쟁교육보다는 협력교육에 무게를 실리게 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로 일어난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한 국민적 성찰도 교육감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교육감 후보자 순서가 선거구마다 달라지는 방식(교호순번제)이 올해 선거에 처음 도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노년층 유권자 등은 출마한 후보가 많은 데다 여당 1번, 야당 2번에 익숙하다보니 교육감 후보의 성향을 파악해 투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