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투표소 참관인에 악수 거부당해

입력 2014-06-05 04:37
“악수 안 하시겠다고요?”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서울농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노동당 소속 참관인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앉아 있던 이 참관인은 박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했다. 이동희 기자

전날 비가 내린 뒤 활짝 갠 화창한 날씨 속에 전국의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는 대체로 순조로웠지만 곳곳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울산에서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투표용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대통령 악수 거부한 투표참관인=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9시쯤 서울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노동당 참관인에게 악수를 거부당하는 ‘봉변’을 당했다. 박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후 참관인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앉아 있던 노동당 김한울 사무국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은 채 악수를 거부했다. 이후 김 국장은 자신의 SNS에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자가 어울리지 않게 대통령이랍시고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오전 8시쯤 서울 논현1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신분 확인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신분증 대신 신용카드를 제시해 주위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를 했고, 김영삼 노태우 전 대통령은 투병 중이어서 투표소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개표 과정 잡음=오후 7시쯤 울산 울주군 군민체육관 개표소에서 한 참관인이 박근혜 후보에게 기표한 18대 대선 투표용지를 발견해 개표작업이 잠시 중단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선 당시 해당 투표소에서 교부 매수와 투표 매수가 1장 차이가 났었다”며 “당시 투표인이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투표소를 빠져나간 후 이번에 투표함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계 고장도 잇따랐다. 서울 동대문구 개표소에서는 오후 8시쯤 구의원 투표지 분류기가 작동을 멈춰 직원들이 덮개를 열고 내부를 살폈지만 같은 현상이 반복돼 결국 교체했다. 서울 종로구 개표소에서도 오후 8시40분쯤 구의원 투표지 분류기가 고장나 구의원 개표가 30분 이상 중단됐다.

부산 대연3동 제7투표소에서는 50대 유권자가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다 촬영음 소리를 들은 선거관리원에게 적발돼 휴대전화와 투표용지를 압수당했다. 서울 명동 제1투표소에서 남정북(73)씨는 “투표용지에 다른 당명은 다 하나씩인데 한나라당만 두 번 나온다”며 선관위 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새누리당의 옛 이름 ‘한나라당’을 당명으로 한 신생 정당 때문에 혼란을 겪은 것이다.

◇각종 ‘선거사범’ 속출=오후 3시50분쯤 서울 신수동 제4투표소에서는 친할머니의 투표를 돕던 A씨(20)가 할머니의 투표용지를 찢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할머니의 투표를 돕던 자신에게 참관인들이 ‘선거 개입’이라 지적하자 홧김에 투표용지를 찢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글을 못 읽는 할머니의 투표를 돕겠다고 했더니 선관위 측에서 기표소 가림막을 열어놓고 참관인 2명이 뒤에서 지켜보게 했다”며 비밀투표 원칙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오전 8시쯤에는 서울 역삼동 제5투표소에서 엉뚱한 투표소를 찾은 30대 남성이 선거인명부에 자기 이름이 없다며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검거됐다.

아이돌 그룹 2PM 멤버 황찬성씨는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가 선관위에 신고당했다. 그는 트위터에 ‘투표했어요’라는 글과 함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사진을 올렸다. 특정 후보의 기호를 지칭하는 것일 수 있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포즈다. 인터넷 우익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네티즌들이 선관위 홈페이지에 이를 신고했고 황씨는 사진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