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농산물 포장 디자인 이렇게 해보세요”

입력 2014-06-06 03:05 수정 2014-06-06 11:06

농촌진흥청은 2012년부터 농산물 포장 디자인 가이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농민들 사이에서 ‘디자인 박사’로 통하는 진혜련(33·여·사진) 박사가 있다.

진 박사는 2012년 농진청에 입사한 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민박농가 농특산물 포장 디자인 가이드’와 ‘농촌관광마을 농특산품 포장 디자인 가이드북’을 집필했다. 각각 3쇄와 2쇄를 찍어낼 만큼 반응이 좋다.

시·도 농업기술원 등에선 진 박사를 강사로 초빙해 농민들에게 직접 농산물 포장 디자인을 도안하는 법을 가르친다. 진 박사는 “매달 2차례 정도 강의를 나가는데 농민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2시간 이론 교육 뒤 1시간 실습을 하는데 일부 참가자들은 디자인 박사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만들어놓은 디자인 시안을 가져와 평가를 부탁하기도 한단다.

농산물 포장 디자인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지만 대규모 전업농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많은 품종을 소규모로 짓는 농민들은 전문 업체에 디자인컨설팅을 의뢰하기도 버겁고 포장재를 대량 구매하기도 힘들다. 신경 써서 포장을 하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알지만 막상 실행하기가 막막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은 포장 디자인 가이드를 만들었다. 농산물 특성에 알맞은 포장 재료를 고르는 법부터 라벨 프린터 사용하는 법, 포장 재료를 소량 구매할 수 있는 곳 등 농민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었다. 농산물 포장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품종, 등급, 산지 등의 정보가 담긴 ‘농산물 표준규격품 표시방법’도 담겼다.

진 박사는 “새로운 포장 디자인을 접목하고 나서 소득이 늘었다는 농민들의 인사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 포장부터 공동 판매시설, 마을 표지판 등 농촌에 디자인을 접목하면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농업 관련 기관들이 농촌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