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민심 수용해 국가대개조에 힘 모아야

입력 2014-06-05 04:35
제6회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여야 어느 한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최대 관심 지역인 수도권에서 여야는 치열하게 경쟁했다. 세월호 참사로 새정치연합이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집권 새누리당이 선방한 셈이다. 이는 국민들이 박근혜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제1야당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가늠케 한다.

이번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였다.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각 당의 후보 공천이 늦어진데다 세월호 사고가 나는 바람에 선거 분위기가 전혀 달아오르지 않았다. 후보와 공약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선거 막판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정권수호론과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유권자들은 냉담했다.

선거 초반 영·호남 지역의 이변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과거처럼 거의 싹쓸이였다. 부산에서 친야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광주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텃밭에서의 제1당과 제2당 성벽은 견고했다. 대구에서도 새누리당의 위력은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역 편향투표 경향이 여전함을 말해준다. 과거 대구(1995년 문희갑)와 경남(2010년 김두관)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예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더더욱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의 지역편향 투표는 영·호남 지역감정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지금 사회갈등의 최대 요인은 지역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그 성과는 아직 거의 없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도 세대갈등과 이념대립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12년 대선에서 심화된 이런 투표 경향은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인 만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전체 국민의 뜻은 세월호 사고가 말해준 것처럼 국가 대개조 작업에 힘을 한데 모아 함께 나서라는 것이다. 국가발전과 국민안전을 확보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여당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침체된 나라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개각이다. 세월호 사고로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상심하고 있다. 우선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꼼꼼히 읽고 개혁성과 도덕성, 국민통합 능력을 갖춘 인사를 총리에 앉힌 뒤 역량 있는 장관감을 찾아 나설 때다. 간직해온 수첩은 찢어버리고 지역과 이념의 장벽을 넘어 국가혁신에 이바지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또 열린 정치,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취임 후 지난 1년여 기간은 불통의 정치, 나홀로 정치를 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런 정치로는 국가 대개조를 위한 국민역량 결집이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야당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야당을 포용하는 상생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새정치연합은 국가 대개조라는 지상과제 달성을 위해 정부·여당에 적극 협력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선거 결과로 보면 아직 야당에 대해 국민들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을 비난하고, 종북 노선이 뚜렷한 통합진보당과 손잡는 듯한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행여라도 박근혜정부가 실패해야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의 국가운영 능력과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야당으로서 국정에 대해 시시비비는 분명히 가리되 국리민복과 관련된 부분은 정치적 손익계산 없이 정부를 도와야 차기 총선과 대선 때 기회가 온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