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시작됐다.
당초 이번 회의는 G8 의장국인 러시아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소치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러시아가 배제돼 G7 회의로 축소됐다. 러시아가 빠진 것은 1997년 G8에 포함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의 러시아 외교고립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프랑스에서 5∼6일 열리는 더 큰 외교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맞아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8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독일 정상과 연쇄 회담을 갖는다. 특히 5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된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이 기대하고 있던 반(反)푸틴 연대를 깨는 첫 서방국 정상이 된다. AFP통신은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관계가 냉전 이후 가장 고조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을 고립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서방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와의 대립이 깊어질수록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프랑스는 헬리콥터 16대를 실을 수 있는 미스트랄급 상륙함 2척을 미국의 반대 속에 러시아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12억 유로(약 1조7826억원) 상당이다.
동맹국들의 동상이몽 속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G7 회의에 앞서 3일 폴란드를 방문해 동유럽 주둔 미군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10억 달러의 군비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안보가 미국 안보의 초석이며 신성불가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최근 선출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따로 만난 뒤 러시아를 겨냥해 “자유세계는 우크라이나 주권을 침해하는 암흑의 술책에 대항해 하나로 단결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500만 달러 상당의 군 장비와 장기적인 경제 지원도 약속했다.
미·러 정상이 만날 기회는 없지만 양국 외교 수장의 회담이 예정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조기 대선 이후 처음으로 5일 파리에서 만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에 30m까지 근접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방부 스티브 워런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 공군 RC-135 전자정찰기가 오호츠크해 공해 상공에서 4월 23일 러시아군 SU-27 전투기의 이상 접근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SU-27은 당시 기체 하부가 드러나도록 비행해 무장 사실을 인식시켰다”며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공동선언문의 수위도 관심거리다. 관측통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위한 접점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러시아 고립전략 아리송… 美·유럽 ‘동상이몽’ 조짐
입력 2014-06-05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