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4일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책임론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내 권력투쟁이 불거질 조짐도 감지된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텃밭'인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인천에서 야당의 현직 프리미엄에 맞서 선전한 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정도다.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 일각에서는 친박을 겨냥해 책임 소재를 따질 태세다. 친박 2선 퇴진론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 전부터 터져 나왔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한 사퇴 목소리가 더 힘을 얻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친박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친박이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선방했다'는 논리를 펼 경우에는 당내 갈등이 팽팽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패배했다'고 평가하는 비박과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결국 차기 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7·14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거머쥘지가 당내 권력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면 친박은 자연스럽게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반면 친박 인사가 선택받을 경우 비박이 꺼내든 '친박 책임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친박은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최소 7·30재보선까지 여당을 더 이끌고 나가게 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2층 선거상황실에 모였다. 출구조사에서 '서울 패배, 인천·경기 초박빙'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 하는 짧은 탄식도 흘러나왔다.
특히 수도권에서 수성을 기대했던 경기도지사마저 근소한 차이나마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새누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워낙 충격이 커서 국민이 마음을 모두 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투표 마감시간 전까지 지지층 결집에 온 힘을 쏟았다.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사에서 투표 독려 호소문을 발표하고 "대한민국은 쌓인 적폐를 털어내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민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유성열 권지혜 기자 nukuva@kmib.co.kr
[6·4 국민의 선택] 애매한 성적표… 친박·비주류 누가 웃을까
입력 2014-06-05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