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양들과 함께 떠나는 이불 나라 대모험

입력 2014-06-06 03:05 수정 2014-06-06 11:06

요즘엔 어린이들도 늘 신제품, 신기능을 사서 써보라는 광고 공세에 시달린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나오는 장난감부터 학용품이나 옷, 인형도 새로운 것이 쏟아진다. 할인점의 어린이 코너 진열장을 헤매느라 손때 묻은 물건에 마음을 쓸 시간은 없어진다.

매일 덮는 이불. 그래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이불에 지은이는 상상력을 더했다. 초콜릿을 칠한 도넛 이불, 잘 때도 씽씽 달리는 자동차 이불, 초밥 이불, 마술 이불…. 신기한 이불을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이불 나라까지 보름달 이불을 타고 날아간다.

일상의 풍경과 엉뚱한 상상이 만나 빚어내는 재미있는 풍경을 쫓아 그림책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글로 다 설명하지 못한 이불의 세계도 발견할 수 있다. 어른들도 어린 시절 잠자리에 편 이불의 구불구불한 주름을 따라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본 그림책 작가가 글을 쓰고 그렸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친숙하다. 알초밥 같은 그림은 오히려 기발하게 느껴진다. 빨강·주황·연두·파랑의 색조 위에 이불 나라를 다양한 시점으로 그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포근한 솜이불을 뺏어가 양들과 함께 이불 나라로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집안에 널려 있는 물건들 중에 어디에 또 이런 이야기를 덧입힐 수 있을까 둘러보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지은이는 ‘어떤 목욕탕이 좋아?’‘어떤 화장실이 좋아’ 같은 제목의 시리즈를 그렸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