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온 청교도들. 그들에겐 자유와 신앙이라는 두개의 가치가 있었다.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던 이 두 가치관이 정면충돌한 사건이 1925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에서 벌어진다.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 과학교사 존 스콥스가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에게 고발을 당한 것이다. 학문의 자유가 우선인가, 신앙의 가치가 우선인가. 재판은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엄청난 논쟁을 일으켰다. 법정을 찾아온 방청객이 너무 많아 바닥이 내려앉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재판관은 법원 잔디밭으로 법정을 옮겼고, 장사꾼들이 방청객 사이를 오가며 다과를 팔 정도였다.
“여호수아가 태양을 멈추게 했다는 사실을 믿습니까?”
“당신은 세계 과학계와 학계의 모든 사람들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과 열망, 평생을 지켜온 신앙심을 수호해야한다는 사명감이 맞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미국 사회의 정신적 지형을 뒤흔든 이 재판은 지금도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인용되고 있다.
조지아대 역사학 교수인 에드워드 라슨은 훗날 ‘원숭이 재판’으로 불린 스콥스 재판을 논픽션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했다. 창조론과 진화론, 양쪽의 입장을 진지하게 소개하면서 종교와 과학, 자유와 신념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한 세기 전의 재판을 오늘날 다시 들여다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서도 생물 교육을 둘러싸고 창조과학파와 진화론파의 갈등이 수시로 재연되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재현된 90년 전의 재판은 오늘도 다양한 형태로 여러 곳에서 되풀이되는 현재진행형 사건으로 느껴진다. 과학과 종교를 부드럽게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창조과학도 내부 논쟁 속에서 지적설계론 등으로 나뉘는 중이다. 종교적 차원을 넘어, 개인의 신념을 존중하면서도 공론의 장에서 활발하게 비판하고 토론하는 풍토가 척박한 우리 사회의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한유정 옮김.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책과 길] 종교·과학, 90년 전 치열한 법정 논쟁
입력 2014-06-06 03:05 수정 2014-06-06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