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국토해양부가 항공노선 분배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노선을 새로 따낸 게 이 볼썽사나운 사태의 발단이다. 대한항공은 "잇달아 사고를 낸 항공사에 어떻게 노선을 줄 수 있느냐.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17년 전 대한항공 여객기 참사 사례를 적시하며 '대한항공은 더 큰 사고를 내고도 노선을 받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말 국토부로부터 인천과 중국 옌청 간 신규 여객 노선을 배분받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운수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펴 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2011년 7월 화물기 추락 사고에 이어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여객기 착륙 사고를 냈기 때문에 신규 노선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 항공사는 인천∼허페이 등 3개 신규 노선을 받았지만 아시아나에 노선이 배분된 사실에 분을 참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중국 운수권 배분 관련 대한항공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노선 배분을 정면 비판했다. "항공 당국은 과거 사고 항공사에 운수권 배분 기회를 박탈하는 불이익을 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일련의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에 아무런 제재 없이 운수권을 배분한 것은 항공안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과거 사고로 운수권을 잃은 건 대한항공이었다. 1997년 8월 6일 서울을 출발해 괌으로 가던 대한항공 801편은 조종사 과실 등으로 밀림에 추락했다. 229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친 대형 참사였다. 이듬해 8월엔 김포공항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도 냈다. 대한항공은 성명에서 "사고 항공사는 망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던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국제선 운수권 배분에서도 이러한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다음 날 반박 자료를 통해 "현행 운수권 배분 규칙상 제재 대상은 사고조사위원회의 공식 조사 결과 항공사의 귀책 사유가 있는 사고"라며 "제재 시점은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해부터 3년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이 괌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99년 11월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 운수권을 배분받은 사실을 예로 들었다. 대한항공은 97년 11월 28일부터 99년 3월 24일까지 2년3개월간 7차례에 걸쳐 27개 노선, 주 91.2회의 운수권을 받았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이 받은 24개 노선, 주 84.7회보다 많다. 국토부는 이런 노선 내역을 상세히 비교해 표로 첨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논란에 휘말릴 우려 탓인지 조용한 분위기다. 대한항공 괌 여객기 추락사고 땐 아시아나 역시 운수권 박탈을 주장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느 항공사도 사고로 인한 운수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를 조사 중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오는 25일쯤 결과를 발표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대한항공 볼멘소리-정부 “뭔 소리?”
입력 2014-06-05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