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퇴출된 동화은행의 100억원대 불법대출 및 로비 사건의 주범인 최상만(56) 전 형진건설 사장이 미국 도피 생활 16년 만에 귀국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최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최씨는 정부가 동화은행 등 5개 은행을 퇴출하겠다고 발표한 98년 6월 미국으로 도피했으며 2011년 1월 미 캘리포니아 산타아나에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에 검거됐다. 그는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인신보호 청원을 한 뒤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지난달 중순 돌연 자진 귀국했다. 검찰은 최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불법 체류 혐의로 강제 추방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자진 귀국 형식으로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검찰에서 “연로한 부친의 건강이 안 좋고 외국 도망 생활도 지쳤다. 다 포기하고 돌아오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96년 11월 형진건설 측에 아파트 건설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명판과 직인을 위조해 허위 담보서류를 만든 뒤 동화은행에서 모두 1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다. 형진건설은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듬해 4월 부도를 맞았다. 최씨는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회삿돈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고발됐다. 최씨가 해외로 나갈 때 거액을 챙겨 나갔다는 의혹도 있었으나 그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며 어렵게 살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99년 동화은행 부실대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 형진건설에 대한 대출이 은행 고위층과의 친분 관계와 로비를 통해 부당하게 이뤄진 것을 밝혀내고 이재진 전 동화은행장 등 9명을 기소했다. 최씨는 기소중지 처분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최씨는 미국에 체류하면서 ‘공사 수주를 위해 대학교수와 건설교통부·문화관광부·서울도시개발공사·성남시 공무원 등 36명에게 16억원의 로비자금을 썼다’는 자술서를 검찰에 보내기도 했다. 당시 일부 공무원이 뇌물 수수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지만, 최씨의 직접 진술이 없고 당사자들이 강력 부인해 전면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단독] 100억대 동화은행 불법대출·로비 주범… 美 도피 16년 만에 귀국 구속 수감
입력 2014-06-05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