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자부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 지분관계를 단순화하는 정지작업이다. 그룹 전체가 삼성에버랜드를 최상위에 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5일 주식시장 개장 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삼성SDI 자사주 217만8399주, 제일모직 자사주 207만3007주를 사들인다고 4일 밝혔다.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 244만9713주도 매입할 방침이다. 매입 단가는 삼성SDI 주식이 15만8000원, 제일모직은 6만9000원이다. 전체 매수액은 6562억원이다.
삼성전자가 이 주식을 취득하면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이후 지분 19.6%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를 확고하게 다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SDI 지분 20.4%를 보유하고 있지만 합병 후에는 지분율이 13.5%로 내려간다. 이번 주식 취득으로 지분율을 6.1% 포인트 끌어올려 합병 후에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지난 3월 글로벌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제일모직 흡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은 다음 달 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을 취득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로 이어지는 전자 부문의 수직 계열화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사업·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전자 부문 계열사를 삼성전자 밑으로 모으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사전 조치다.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생명 아래로 금융계열사(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선물 삼성카드)를 배치하는 중이다. 비금융계열사 가운데 전자 부문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나머지 건설·화학·중공업 부문은 삼성물산으로 모을 예정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삼성, 제일모직·SDI 자사주 쓸어담아
입력 2014-06-05 02:34 수정 2014-06-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