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지방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로 한때 선거 연기론까지 제기됐으나 당초 일정대로 큰 사고 없이 지역 일꾼들을 뽑은 것은 다행이다. 일부 지역에서 네거티브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돈봉투까지 등장했지만 예전 선거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이번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였다.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각 당의 후보 공천이 늦어진 데다 세월호 사고가 나는 바람에 선거 분위기가 전혀 달아오르지 않았다. 후보와 공약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2010년 선거 때만 해도 무상급식이 핫이슈가 돼 정책선거란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눈에 띄는 공약이 아예 없었다.
거기다 선거 막판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정권수호론과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오면서 후보들의 정책 공약은 더 깊숙이 숨어들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보수표 결집을 위해 ‘박근혜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박근혜정부의 무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로 규정되면서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결과 주목할 점은 특정 정당의 영호남 싹쓸이 경향이 다소 완화됐다는 것이다. 부산과 대구에서 각각 무소속과 새정치연합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 호각세를 보인 점이나, 광주에서 무소속 후보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대구(1995년 문희갑)와 경남(2010년 김두관)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세 곳에서 텃밭 후보를 위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남과 호남의 여러 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 후보가 당선된 것도 의미가 있다. 이제 영남이라고 해서 새누리당, 호남이라고 해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무조건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중앙당이 지역 민심을 무시한 채 낙하산식 공천을 할 경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 이를 계기로 영호남 지역의 ‘묻지마 줄투표’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한층 더 노력해야겠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세대갈등과 이념대립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 점은 안타깝다. 2012년 대선에서 심화된 이런 투표 경향은 전국단위 선거 때마다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 갈등과 함께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인 만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여야는 선거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전체 국민의 뜻은 세월호 사고가 말해준 것처럼 국가 대개조 작업에 힘을 모아 함께 나서라는 것이다. 국가발전과 국민안전을 확보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개각을 통해 하루빨리 나라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로 아직도 많은 국민이 상심해 있다. 우선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꼼꼼히 읽고 개혁성과 도덕성, 국민통합 능력을 갖춘 인사를 총리에 앉힌 뒤 역량 있는 장관감을 찾아 나설 때다. 지역과 이념을 넘어 국가 혁신에 이바지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또 열린 정치,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취임 후 지난 1년여 기간은 불통의 정치, 나홀로 정치를 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런 정치로는 국가 대개조를 위한 국민역량 결집이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야당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야당을 포용하는 상생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새정치연합도 국가 대개조를 위해 정부·여당에 적극 협력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근혜정부가 실패해야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국민들은 국가운영 능력과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국정에 대해 시시비비는 가리되 국리민복과 관련된 부분은 정치적 손익계산 없이 정부를 도와야 차기 총선과 대선 때 기회가 온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다.
[사설] 막 내린 지방선거, 국가대개조에 힘 모을 때다
입력 2014-06-05 02:34 수정 2014-06-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