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로는 처음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가 뇌물 스캔들 탓에 개최권 박탈 위기에 처했다.
카타르는 2010년 12월 스위스에서 열린 투표에서 한국, 일본, 미국, 호주 등 4개국을 누르고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살인적인 더위, 기반시설 건립 및 유지 비용,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카타르가 유치에 성공한 것은 이변으로 평가됐다.
◇“500만 달러 뇌물 제공”…프랑스도 연루(?)=지난 1일 영국 신문 선데이 타임스는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출신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에게 카타르 지지 대가로 500만 달러(약 51억2000만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뇌물 제공을 입증할 수 있는 이메일과 편지, 은행 거래 명세서 등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가 카타르 뇌물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신문 ‘더 텔레그래프’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축구의 전설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함맘 전 회장이 개최지 선정 투표 직전에 몰래 만났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함맘 전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을 만나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에 힘을 써달라고 로비했다고 밝혔다. 또 플라티니 회장이 카타르의 본선 개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과거 행동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낮 기온이 50도에 달하는 6∼7월에 월드컵을 치르는 것은 선수단은 물론 관중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지난해 9월 카타르 선정은 실수였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카타르월드컵 개최 시기를 겨울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유럽 각국 리그 일정에 차질이 예상돼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카타르가 월드컵 기반시설을 건설하면서 주변 빈국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취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3월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1200여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가 숨졌으며, 2022년 개막 전까지 4000여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카타르 고용주들이 이주 노동자들의 본국 귀환을 막기 위해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거나 여권을 몰수하는 일도 빈번하며, 카타르 정부가 이를 알고도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개최지 변경 가능성 있나=카타르의 뇌물 스캔들이 확산되자 세계 각국에서는 2022년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5월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제롬 상파뉴(프랑스) 사무총장은 개최지 재투표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개최지 선정 당시 카타르에 졌던 호주와 일본은 벌써부터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지가 바뀐 사례는 딱 한 번 있다. 1986년 월드컵 개최지는 콜롬비아였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1982년 개최권을 반납했다. 결국 멕시코가 개최권을 이어받았다.
한편 FIFA 윤리위원회의 수석조사관인 마이클 가르시아가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불거진 뇌물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지난 2년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가 브라질월드컵 이후 발표될 예정이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뇌물 스캔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개최지 재투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기획] 증폭되는 카타르월드컵 뇌물 스캔들… 개최권 박탈되나
입력 2014-06-05 02:34 수정 2014-06-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