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유일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6·4지방선거 개표방송조차 파행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MBC와 SBS 등 주요 방송사들은 지방선거일인 4일부터 오늘 새벽까지 생방송으로 특집 선거방송과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대 노조가 지난달 29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KBS는 선거방송을 하지 못한 채 화면 하단에 각 지역 투표율을 전달하는 시늉만 냈다. 그제는 KBS 지방선거 특집 홈페이지에 17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지상파 방송 3사의 모의 출구조사 결과가 게재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런 엉터리 방송을 보자고 매달 꼬박꼬박 2500원씩 수신료를 내는 게 아니다. KBS의 주인은 수신료를 내는 국민이다. 그런데 툭하면 파업으로 파행방송을 일삼으면서 국민들을 걱정시키고 있으니 염치가 없다. 국회 상임위에는 KBS 수신료를 4000원으로 60%나 인상하는 안이 계류돼 있는데 이런 방송에 4000원은커녕 2500원을 내는 것도 아깝다. 아무리 명분이 옳다고 하더라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은 노조 조합원들은 공영방송 종사자로서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파업 원인을 제공하고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길환영 KBS 사장의 태도다. KBS 기자협회는 그제 길 사장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길 사장의 세월호 참사 보도통제 의혹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와 정홍원 국무총리의 발언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보직 사퇴한 간부들을 지역방송총국 평기자로 발령내는 등 겁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KBS를 정상화하려면 길 사장이 결자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표결하기 위해 5일 열리는 KBS 이사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사설] 개표방송 제대로 못하고 출구조사 노출 사고까지
입력 2014-06-05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