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도통신은 4일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북한 측이 쌀을 포함한 식량, 의약품 등의 지원을 일본 측에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측이 ‘쌀과 의약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며 “일본 측은 정부 차원의 지원은 납치 문제를 포함한 일련의 조사에서 진전이 없으면 응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대신 비정부기구(NGO) 등 민간이 인도적 차원에서 물자를 지원·수송하는 것을 용인하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연기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배려”라고 분석됐다.
하지만 한·미가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재확인한 ‘북한 비핵화’ 의제는 회담 과정에서 북한 측 요구로 묵살된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이 회담에서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표명하는 바람에 논의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을 자제해 달라”는 일본 요구가 있었지만 북한이 “핵 개발과 경제 재건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노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신문은 “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지지통신은 회담 당사자인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국장이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하라 국장은 워싱턴에서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납북자 재조사, 일본의 독자 제재 해제 등 북·일 간 합의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하라 국장은 조만간 한국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北, 납치 재조사 협상때 日에 식량·의약품 요구”… 日대표단 곧 韓美 방문
입력 2014-06-05 02:34 수정 2014-06-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