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아파트 층간소음 소송… 법원 결정은“위층 주민, 아래층 찾아가선 안돼”

입력 2014-06-05 02:34 수정 2014-06-05 02:44
건축된 지 30년 넘은 아파트의 주민들이 층간소음 문제로 벌인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이 “위층 주민이 아래층 집을 찾아가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이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1984년 지어진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2011년부터 이웃 B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A씨는 아파트 12층에, B씨는 바로 위층에 살고 있었다. A씨가 소음 문제를 항의했으나 B씨는 아래층 집에 찾아와 현관문을 발로 걷어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 A씨 측에 따르면 B씨는 “계속 시끄럽게 해서 이사 갈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거나 “가족들을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A씨 가족들이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쳤고, 집 대문에 대변을 묻혔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집에 찾아오거나 소음을 발생시키지 말고, 거짓말로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며 B씨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B씨가 A씨의 의사에 반해 A씨 집에 방문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아래층 주민들이 장기간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여 감정이 악화된 점을 고려할 때 직접 마주칠 경우 분쟁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소음을 발생시키지 말라는 A씨의 청구는 기각했다. 아파트의 건축 시기 등을 고려할 때 B씨가 ‘고의로’ 소음을 발생시켜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의 허위 사실 유포로 A씨의 권리가 침해된 점도 소명이 부족하다”며 명예훼손 금지 부분 청구도 기각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유사한 층간소음 사건에서 “아래층 주민이 위층 집에 방문할 수 없고, 초인종을 눌러서도 안 된다”며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항의는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 분쟁이 급증하자 지난 5월 14일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환경부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12년 7021건에서 지난해 1만5455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