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호 여론 형성”… 日, 세계 학자들 공략

입력 2014-06-05 02:03 수정 2014-06-05 02:44
일본 정부가 1월부터 5월까지 150명가량의 미국 워싱턴DC 소재 유명 싱크탱크 연구자들을 일본에 초청해 각종 외교안보·경제 현안 등에 대한 자국 입장을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동향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외무성 산하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이 그동안 일본 연구자들만 자국으로 초청하던 데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워싱턴DC 싱크탱크의 한국·중국·동남아 지역 연구자 등 비(非)일본 전공자 및 소장 학자들을 대상으로 1주일 일정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정에는 외무성 방문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 국책연구소 방문 등이 포함돼 있다. 집단자위권 행사,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과거사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입장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돼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미 의회 보좌관 등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은 젊은 학자들에게까지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심어주려는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일본을 방문했던 한국학 연구자들은 상당수 참가자들의 일본에 대한 시각이 개선된 것 같다면서 한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을 우리 측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올 들어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공공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저명한 싱크탱크와 국제학술회의가 주 공략 대상이다.

일본 외무성은 올해부터 세계 주요 학술회의에 해당 분야 일본 학자와 관련 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지식외교팀(knowledge diplomacy team)’을 파견해 자국 정부 입장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외무성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책임자다. 주요 국제학술회의의 어젠다와 논의 방향이 세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식한 조치다. 일본은 공공외교 관련 예산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동아시아 전문가는 “20년 가까이 워싱턴에 있었지만 올해만큼 일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미 의회 로비를 위해 일본에 우호적인 의원 모임 ‘재팬 코커스’가 처음으로 결성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하거나 후원하는 사사카와(笹川)평화재단은 지난달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장을 새 이사장에 영입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