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 金-安 한숨 돌렸지만 ‘가시밭길’은 계속

입력 2014-06-05 04:54
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및 광주시장 선거를 승리하면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투톱 체제는 이미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및 전략공천 문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던 만큼 선거 이후에도 가시밭길을 가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안 대표의 경우 7·30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두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밥상을 잘 차렸지만 정작 제대로 떠먹지는 못한' 선거였다. 지난 3월 2일 기습적으로 신당 창당을 선언할 때만 해도 두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의 일등공신 자리를 예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성적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였다. 선거에 참패할 경우 안 대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되고, 압승하더라도 안 대표에게 공이 크게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었다. 안 대표가 독자 신당 창당을 접으면서 지방선거 3파전은 피했지만 이후 당 안팎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직후만 해도 새 정치 바람이 불면서 젊은층의 투표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4월 10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무공천 불이행을 철회하면서 '새 정치' 동력은 꺾였다.

특히 개혁공천을 내걸었지만 옛 민주당 세력과 안 대표 세력이 곳곳에서 충돌했고, 안·김 대표는 이를 조정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온갖 논란과 자기 사람 심기라는 반발 속에 안 대표는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데 그쳤다. 윤 후보가 결국 당선됐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도 있다. 공천 갈등에 따른 옛 민주당 세력의 불만은 향후 안 대표에게 정치적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안·김 대표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친노계를 대표하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각을 세운 점도 불안한 요소다. 문 고문은 두 대표가 추진했던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해 지난 3월 말 "무공천이 필요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공천을 철회하자는 뜻으로 해석됐고, 이후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무공천은 철회됐다. 또 안·김 대표는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통합진보당과 후보 단일화 불가를 선언했지만 문 고문은 단일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손학규 상임고문과는 광주 선거에서 갈등을 빚었다. 안 대표는 자신이 미는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손 고문은 지난 1일 "광주시장, 호남 선거는 누가 돼도 우리 식구"라고 발언해 찬물을 끼얹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