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 책임론 불통 예측불허… 주류 친박계 힘 빠질 가능성

입력 2014-06-05 03:46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책임론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내 권력투쟁이 불거질 조짐도 감지된다. 일단 여당 내 주류인 친박계는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텃밭'인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인천에서 야당의 현직 프리미엄에 맞서 선전한 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대전 경기 등 기존에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시·도정을 맡았던 지역에서는 힘겨운 싸움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까지 압승 소식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 달라"며 정권수호론까지 내걸었다. 이 때문에 여당이 참패는 면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차가운 민심을 확인한 선거였다는 지적이 더 많다.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 일각에서는 친박을 겨냥해 책임 소재를 따질 태세다. 친박 2선 퇴진론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 전부터 터져 나왔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한 사퇴 목소리가 더 힘을 얻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비박 진영은 박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이 "당내에서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지 말라"는 논리로 반발할 경우엔 오히려 비박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친박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친박이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선방했다'는 논리를 펼 경우에는 당내 갈등이 팽팽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패배했다'고 평가하는 비박과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결정적으로 서울과 경기에서 비박의 대표주자들이 고전했다는 사실이 비주류 입장에선 뼈아프다. 반면 당초 패배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던 부산 인천에서는 친박 핵심들이 나서서 개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결국 차기 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7·14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거머쥘지가 당내 권력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면 친박은 자연스럽게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반면 친박 인사가 선택받을 경우 비박이 꺼내든 '친박 책임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친박은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최소 7·30재보선까지 여당을 더 이끌고 나가게 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