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하루 앞두고… KBS ‘가상 출구조사 결과’ 노출 사고

입력 2014-06-04 04:29
6·4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KBS의 가상 출구조사 결과가 외부에 공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관권선거 의혹’을, 새누리당은 ‘여론 악화 우려’를 이유로 각각 KBS를 항의 방문했다.

오후 5시쯤 ‘출구조사 KBS, MBC, SBS 3사 공동 조사’라는 제목으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가상 출구조사 결과를 담은 KBS 지방선거 특집 홈페이지가 외부에 노출됐다. 당선자 사진도 함께 게재됐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새누리당 후보 8곳, 새정치연합 후보 8곳, 무소속 후보가 1곳에서 이긴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 부산시장의 경우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인천에선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표기돼 있었다. 또 충북도지사의 경우 새정치연합 이시종 후보, 충남도지사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안희정 후보가 우세하다고 예상했다.

KBS는 10분 만에 문제 홈페이지를 폐쇄했지만 이 같은 사실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새정치연합은 일부 접전 지역에서 같은 당 후보들이 대거 이기는 것으로 돼 있어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연합 노웅래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관건 선거이자 불법공작”이라며 검찰의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노 총장은 “KBS는 청와대의 보도 통제를 받고 있고 노조의 파업으로 보도기능이 특정 세력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KBS가 여권표 결집을 통한 막판 뒤집기 공작을 꾀한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도 즉각 브리핑을 열고 “해당 내용은 우리 당에 심히 불리하기 때문에 야당이 의심하는 여당 지지 세력 결집과는 거리가 멀다”며 야당의 관권선거 주장을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조사결과 유출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판단 아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KBS 측에 즉각 조치를 요청했다”며 “조사 결과가 빠른 속도로 유포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KBS는 “지방선거 홈페이지 운용 테스트 과정에서 내부 테스트용 화면이 일시적으로 노출됐다”며 “선거 당일 오후 6시에 발표되는 실제 출구조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가상 수치”라고 해명했다. KBS는 “이 화면은 외부 공개용이 아니며 홈페이지에도 링크되지 않은 숨겨진 페이지였다”며 “외부인이 관여된 악의적인 유출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권지혜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