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피아’ 없앤다더니 되레 키우나

입력 2014-06-04 04:12
세월호 참사 이후 민관 유착의 주범으로 꼽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출신 퇴직 관료의 대기업 취업을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30일 개최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퇴직 공무원 15명에 대한 취업 심사를 해 12명의 취업을 승인했다고 3일 밝혔다.

공직자윤리위는 특히 지난 4월 23일자로 명예퇴직한 후 포스코에 취업할 예정인 전 산업부 국장 A씨에 대해 취업 전 업무와 포스코에서 맡을 예정인 직위 및 직무관련성을 검토한 끝에 취업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A씨의 취업 승인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려 참석 위원 8명이 표결한 결과 취업 제한에 찬성한 의원이 4명으로 과반(5명)이 안 돼 취업을 승인했다.

공직자윤리위는 공직자 재산등록, 퇴직 공직자의 취업 승인 등을 심사하는 기구로 대통령이 위촉·임명한 민간위원 7명과 정부위원 4명 등 11명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포스코가 산업부로부터 신기술·제품 개발과 관련,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직무관련성을 너무 협소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 취업이 제한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정부가 민관 유착을 막기 위해 최근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흐름과도 동떨어진 결정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관피아 척결 대책으로 국장급 이상 퇴직 공무원의 직무관련성 판단 기준을 ‘소속 부서’가 아닌 ‘소속 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편 논란이 일자 포스코는 이날 A씨의 채용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